청주의 센트럴파크를 꿈꾼다
청주의 센트럴파크를 꿈꾼다
  • 박완희 <칼럼니스트>
  • 승인 2014.09.10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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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論

박완희 <칼럼니스트>

추석연휴에 충주 세계무술공원을 다녀왔다. 세계무술공원은 1989년 충주댐 준공 시 한강 주변에 관광지를 조성하는 것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계획된 공원이다. 총 부지면적이 617,000㎡으로 세계무술박물관과 야외공연장, 연못과 물레방아, 돌 미로원, 수석공원, 중원문화재연구소 등의 시설이 있다. 다소 시설물이 많긴 하지만 규모 있게 깔끔하게 단장된 공원의 모습이 아주 매력적이다.

충주시는 중요무형문화재 제76호로 등록된 전통무술 택견의 본고장으로 세계의 무술과 문화가 함께 어우러진 충주세계무술축제를 1998년부터 개최하고 있는데 바로 이 공원이 주요 무대가 되고 있다. 이 축제뿐만 아니라 우륵문제화제 등 충주시의 다양한 축제가 이 공원에서 진행된다.

세계무술공원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라고 하면 단연코 수십 년은 족히 넘었을 아름드리 플라타너스 나무들이다. 너른 들판에 우뚝 서 있는 모습이 마치 어린 시절 미루나무를 보는 듯하다. 플라타너스 군락이 두 곳이 있는데 한 곳은 깔끔하게 데크를 깔아 시민들의 쉼터 역할을 한다. 가을 늦더위에 한 사람 두 사람 모여들기 시작하더니 플라타너스 나무 아래에는 돗자리를 깔고 낮잠을 즐기고, 책을 읽고, 오랜만에 만난 가족들이 담소를 나눈다. 한가위 보름달처럼 평온한 서민들의 삶의 모습을 보여준다.

다른 한쪽은 흙을 성토하여 플라타너스 나무들이 3~4m는 덮이고 말았을 것을 자연석 옹벽을 쌓아 예전 지형 그대로를 살려 놓았다. 이것이 그나마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지켜주기 위한 우리 사람들의 노력이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아마 이곳이 공원이 아니라 택지개발구역이었다면 벌써 잘려서 사라졌을 법도 하지만 이 나무들은 용케 살아남아 있는 것이다. 예전 원흥이 마을에도 초입에는 아름드리 플라타너스 나무가 줄지어 있었고, 원흥이방죽 뒤로는 수십 미터는 되었을 법한 미루나무 형제가 있었다. 이 나무들은 택지개발 과정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그나마 원흥이방죽 큰 느티나무가 남아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충주의 세계 무술공원을 보면서 청주에도 뉴욕의 센트럴파크처럼 대규모의 공원이 만들어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공원은 단순히 녹지 공간으로서의 기능뿐만이 아니라 이제는 생태, 문화, 교육, 세대통합의 공간으로서 기능을 하게 된다.

센트럴 파크(Central Park)를 보자. 미국 뉴욕 주 뉴욕 맨해튼에 있는 도시 중심부의 공원이다. 해마다 2,500만 명의 관광객이 이곳을 찾으며 미국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찾는 공원이다. 특이하게도 공원 전체의 담당을 개인 비영리단체인 센트럴 파크 관리위원회에서 담당하며 뉴욕시와 함께 관리한다. 공원에는 인공 호수와 연못, 산책로, 아이스링크, 센트럴파크 동물원, 정원, 야생 동물 보호구역, 넓은 자연림으로 구성되어 있다. 또한, 공원에는 도시텃밭이 있어 도시농부들의 농지로 활용되기도 한다. 외부 원형극장에서는 여름마다 셰익스피어 축제가 열린다. 공원 주위 도로는 주말과 평일 오후 7시 이후에는 차량이 통제되어 인라인을 타는 시민들이 북새통을 이룬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비싼 땅에 100만 평이 넘는 공원을 만들었다면 지금 우리나라 사람들이 이를 용납할 수 있을까? 하지만, 뉴욕시민들은 이 방대한 공원을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와 기부를 중심으로 운영한다. 이런 문화가 바로 뉴욕 커라는 그들만의 자긍심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

청주에도 이런 공원이 만들어지길 바란다. 개발과 이익의 논리가 아닌 새로운 관점에서 밀레니엄타운 부지를 청주의 센트럴파크로 만드는 것은 불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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