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는 세상
벌써 오래 되었다
부엌 옆에 마구간 달린 아버지의 집을 떠나
마당도 굴뚝도 없는 아파트에 와 살며
나는 그게 자랑인 줄 알았다
이제는 그 부드러운 풀이름도 거반 잊었지만
봄 둑길에 새 풀이 무성할 떄면
우리 소 생각난다
어떤 날 저녁에는
꼴짐지고 돌아오는 아버지 늦는다고
동네가 떠나갈듯 우는 울음소리도 들었다
이제는 그 소도 아버지도 다 졸업했다고
이 도시의 시민이 되어 산지 오래인데도
우리 소 잘 먹던 풀밭 만나면
한 짐 베어지고
그만 아버지의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
※ 잘 산다는 게 좋은 집에서 편안하게 사는 것인 줄 알았습니다. 벌집 같은 촘촘한 아파트에 살면서도 돈으로 환산되는 집의 가치만 생각하며 살아왔습니다. 돈이 집이란 등식 속에 젖어 살면서도 문득문득 사람의 온기가 깃든 집이 그리워지는 것은 시골의 정서 때문일 겁니다. 아파트에서 나고 자란 아이들은 어떤 정서로 집을 기억할지, 잠시 생각이 멈춥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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