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흥이 상생의 협약 10주년을 맞이하며
원흥이 상생의 협약 10주년을 맞이하며
  • 박완희 <칼럼니스트>
  • 승인 2014.09.03 19: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時論

박완희 <칼럼니스트>

원흥이방죽의 두꺼비가 처음 세상에 알려진 것이 2003년 3월이었다. 그리고 그해 5월 산남3지구 택지개발 사업예정지구에서 새끼두꺼비들의 대규모 이동 모습이 전국 언론이 보도되면서 청주는 전국 최대의 두꺼비서식지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후 두꺼비를 살리기 위해 40여개 시민사회단체는 원흥이시민대책위원회와 원흥이생명평화회의를 구성하고 두꺼비보호 운동에 나섰다. 2004년 11월 말, 2년 가까이 진행된 원흥이 두꺼비 살리기 운동은 당시 한국토지공사 충북지사와 원흥이생명평화회의 간 최종 합의안으로 일명 ‘원흥이 상생의 협약’이 맺어졌다. 당시 충청북도와 청주시가 참여하였으며 지금의 두꺼비생태공원을 조성하는 것으로 합의되었다.

이 합의를 근거로 2005년 두꺼비생태공원을 조성하기 위한 설계안이 만들어졌으며, 2006년 생태공원 조성공사가 진행되었다. 2007년부터는 마을주민의 입주가 시작되면서 청주 두꺼비생태마을이 새로이 등장하였다. 2008년 8개 단지 아파트대표회의의 협의체인 ‘산남두꺼비생태마을아파트협의회’를 창립하였고, 2009년에는 이 협의회와 두꺼비친구들이 중심이 되어 산남두꺼비마을신문을 창간하였다. 2010년에는 산남두꺼비마을주민협의회가 발족하고, 2013년부터는 본격적인 마을협동조합에 대한 준비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2014년도에는 두꺼비마을협동조합이 창립되어 두꺼비살림이라는 친환경 로컬푸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처럼 두꺼비 보호운동을 시작으로 한 산남동 두꺼비마을의 역사가 벌써 10년을 넘어섰다. 이에 10주년 기념으로 오는 11일부터 13일까지 두꺼비축제가 열린다. 또 2003년부터 현재까지의 과정을 사진으로 엮은 ‘두꺼비와 함께 살아가는 풀빛세상’활동백서와 10년간의 활동을 평가하는 ‘청주시민 원흥이 두꺼비 살리기 10년을 말한다!’토론회도 진행될 예정이다. 토론회에서는 우리나라 생물서식지 보전운동에서 두꺼비생태공원의 평가, 우리나라 도시생태복원의 역사에서 원흥이 두꺼비운동의 의미, 그리고 생태공원을 기반으로 한 마을 만들기, 공동체 운동에 대한 평가도 진단할 계획이다.

또 2004년 1000명의 청주시민들이 원흥이방죽에 모여 손에 손을 잡고 방죽 껴안기 행사를 했던 것처럼 10년이 지난 지금 1,004명의 청주시민들이 참여하는 1004개 지등 릴레이 점등식도 가질 예정이다. 이외에도 두꺼비마을 8개의 작은도서관이 모여 도서 바자와 벼룩시장 장터를 열고, 우리 밀로 피자 만들기, 해바라기식당, 천연화장품 만들기, 책 바자회, 생물다양성놀이, 고추장 담그기 등 다채로운 체험부스와 프리마켓을 운영한다. ‘원흥이 10년, 두꺼비와 사람들’을 주제로 한 동고동락(同苦同樂) 사진전을 비롯해 ‘두껍아, 두껍아’ 책을 출간한 신응섭 작가의 사인회도 준비하고 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10년의 세월 속에 두꺼비서식지인 숲에는 아파트와 공공청사가 자리를 잡았고, 도로와 건물들은 두꺼비를 비롯한 생물들의 이동을 막았다. 10년 전보다 두꺼비 개체 수도 훨씬 줄어들었다.

이런 최악의 상황에서 지역주민들과 청주시민, 환경단체는 조금 더 많은 생물이 살아갈 수 있는 생태공원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10년이 된 두꺼비 살리기 운동을 통해 알 수 있듯이 이제 공원은 녹지 공간, 생물서식공간을 뛰어넘어 마을의 교육, 복지, 문화, 세대통합의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 환경의 문제를 포함해 새로운 관점에서 공원을 바라봐야 할 때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