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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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4.09.03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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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는 세상

노천명

대추 밤을 돈사야 추석을 차렸다 
이십 리를 걸어 열하룻장을 보러 떠나는 새벽. 
막내딸 이쁜이는 대추를 안 준다고 울었다.

송편같은 반달이 싸리문 위로 돋고, 
건너편 성황당 사시나무 그림자가 무시무시한 저녁 
나귀방울에 지껄이는 소리가 고개를 넘어 가차워지면,
이쁜이보다 삽살개가 먼저 마중을 나갔다.

※ 추석을 앞두고 장보러 새벽길을 나서는 어머니의 모습이 그려집니다. 대추나 밤을 팔아 차례상을 준비해야 했던 가난한 풍경, 어둑한 동네 어귀를 돌아 잰걸음으로 걸어오실 어머니를 기다리는 마음까지 행과 행 사이에 따뜻함이 묻어납니다. 송편 같은 반달도 쟁반만 해질 날도 머지않았습니다.

(사진=사진으로보는 청원60년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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