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눈물
행복한 눈물
  • 신금철 <수필가>
  • 승인 2014.09.01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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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신금철 <수필가>

프란치스코 교황은 고령의 연세에도 한국 방문 4박 5일 동안 쉬실 틈 없이 미사를 집전하셨고 ,아시아 청소년대회에 참가한 청소년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주셨다. 또한 이 땅에 천주교의 뿌리를 내려주신 123위 순교자들을 시복하셨고, 꽃동네를 방문하여 정신적 육체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에게 위로와 격려를 해주셨다.

종교를 초월한 교황님의 아시아 첫 방문은 세계의 눈과 귀를 우리나라에 집중시켰고, 가는 곳마다 수많은 인파를 몰고 왔으며 그 분을 존경하는 환호가 이어졌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2013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프란치스코 교황님을 선정했다. 그런 훌륭한 분이 우리나라에 오신다는 소식을 듣고 세례를 받은 지 오래 되었으나 믿음이 부족한 나에게 교황님의 방한은 기쁘기 그지없었다.

나는 4박 5일 동안 교황님께서 집전하시는 모든 미사와 행사를 텔레비전 앞에서 지켜보며 감동과 반성과 후회의 눈물을 흘렸다.

실시간 문자참여로 교황님께 드리는 기도문에는 천주교 신자가 아니라 무종교, 타종교 사람들도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교황님을 보며 희망과 용기가 생겼다.’ ‘미워했던 사람을 용서하며 화해하겠다.’는 글들을 올렸다.

아마도 이런 감동들은 교황님의 신앙적인 삶에서 묻어나는 겸손, 희생, 봉사, 사랑의 정신을 실천하는 성자의 모습 때문일 것이다.

나는 ‘교황님과 함께하는 아시아 청소년 대회’에 참가하는 브루나이 청소년 신자들의 민박을 봉사하는 은총을 받았다.

3박 4일 동안 숙식을 제공하고 그들의 일정에 맞춰 차로 이동을 시켜주느라 잠을 설쳤지만 봉사의 기쁨과 보람으로 즐거웠다. 민박 마지막 날 밤, 거실에 마련한 조촐한 파티에서 김치와 풋고추에 고추장을 맛있게 드시는 소탈하신 브루나이 주교님과의 시간도 갖게 되어 교황님의 방한은 더욱 나에게 큰 의미를 갖게 되었다.

민박 가정의 신자로 해미에서 이루어진 파견미사에는 가족들이 참여하여 교황님을 직접 뵈었다. 교황님이 지나가시는 통로의 펜스 옆에서 두 시간을 넘게 기다린 끝에 아주 가까이에서 모습을 뵐 수 있었다.

아기를 보실 때마다 지나치지 않으시고 멈추시어 당신 품에 안아주시며 천사 같은 미소로 입맞춤하시던 교황님의 모습은 보는 이들 모두의 마음을 평화와 사랑에 빠져들게 하셨고, 온화한 미소로 강복을 주시는 살아있는 성인을 곁에서 뵌 기쁨에 나는 드디어 행복한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미사 시간 내내 천주교 신자로 부끄럽지 않게 살겠다는 다짐을 했다.

미사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의 행복한 모습에서 고통 받고 소외된 이들을 사랑하시며, 낮은 자로 살아가시는 교황님의 모습을 통하여 그 분께서 우리에게 주신 삶의 지향이 무엇인지 생각하며 살아가겠다는 의지의 모습을 볼 수 있음도 큰 기쁨이었다.

교황님께선 명동성당의 ‘평화와 화해를 위한’ 마지막 미사에서 위안부 할머니들의 손을 잡고 위로를 해주셨으며 성경구절을 인용하여 ‘죄 지은 형제들을 용서하라.’는 그리스도의 메시지와,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인 남북한의 평화와 화해를 위한 노력의 말씀도 해주셨다.

성찬예식 중 울려 퍼진 성가대의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들으신 교황님께서 통일이 이루어지는 그 날까지 우리나라를 위하여 더욱 많은 기도를 해주시리라 믿으며 이제 우리는 교황님의 방한 의의를 가슴 깊이 새기고 종교적 의미를 떠나 모든 국민이 함께 화해와 용서 속에 통일을 위한 기도에 동참하리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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