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하는 내암리 계곡, 생태계 보전구역으로!
아파하는 내암리 계곡, 생태계 보전구역으로!
  • 박완희 <칼럼니스트>
  • 승인 2014.08.27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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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論

박완희 <칼럼니스트>

처서가 지나면서 아침, 저녁으로 제법 쌀쌀하다. 여름 내내 시끄러웠던 전국의 계곡은 사람들의 인적이 줄어들고 다시 자연의 본성으로 돌아간 듯 고요해진다. 몸살을 앓고 있는 계곡이 치유되기 시작하는 시기다.

무심천의 발원지 중에 한곳인 내암리 계곡은 10여년 전만 해도 청주시민들에게 그리 많이 알려진 곳이 아니었다. 봄이면 나물 뜯는 사람들이 가끔 보이고, 여름 휴가철이나 되어야 시원한 계곡물에 탁족을 즐기는 시민들이 찾을 뿐 내암리는 자연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원시림 같은 느낌이었다.

내암리 계곡에는 이끼도롱뇽, 꼬리치레도롱뇽을 비롯해 다양한 양서류와 야생화가 피어나는 곳이었다. 한국교원대 연구팀이 이곳에서 도롱뇽 생태조사를 진행하였다. 하지만 지금은 그 흔하던 꼬치리레도롱뇽을 찾아보기가 어려워졌다. 그 많던 도롱뇽들도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

과연 10여년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내암리의 생태계의 변화는 2002년 사방댐 공사로부터 시작된다. 내암리 사방댐은 국지성 호우 예방과 재해예방 차원에서 설치된 시설물이다. 완만한 비탈을 만들어 물고기들이 쉬어갈 수 있도록 소를 설치해서 환경을 생각하는 구조물로 계획, 진행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 사방댐이 형성된 후 생태계의 변화는 여러 곳에서 일어났다. 사방댐으로 인해 토사나 모래가 아래로 흘러내려가지 않으면서 수서곤충들에게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나무껍질이나 모래로 집을 지어 살아가는 날도래, 철사처럼 생긴 연가시, 강도래, 가재, 장구애비, 물땡땡이 등은 돌 하나만 들춰도 만날 수 있을 정도로 고른 분포를 보여주었던 그곳에 수서곤충들이 현저하게 줄어들고 있다.

또한 양서류들의 서식패턴에도 변화가 생겼다. 사방댐이 만들어지기 전에는 그 아래 논에서 북방산개구리, 도롱뇽을 쉽게 관찰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사방댐 위로 한참을 올라가 물이 고이는 곳에서만 도롱뇽을 만날 수 있다.

또한 내암리 계곡의 생태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은 임도 확장과 벌목공사다. 계곡을 따라 벌목을 진행하면서 임도를 확장하게 된다. 나무가 잘려나간 확장된 임도는 계곡의 사면부에 토사를 흘러내리게 만든다. 깊은 계곡의 낙엽이 쌓인 사면부는 이끼도롱뇽들이 살아가는 곳이다. 당연히 영향을 받게 된다. 이 뿐만이 아니다. 수십년간 안정화된 계곡의 습윤한 토질에는 다양한 야생화가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이다. 이 또한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된다.

최근에는 벌목 후 토지의 형질을 변경하여 과실수나 조경수를 심는다. 법적인 문제가 되지 않는 선에서 어렵지 않게 형질변경이 가능하다. 숲이 사라지면서 야생동물들의 서식이 또한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것이다. 정밀 조사를 진행해야 알겠지만 환경부 멸종위기 야생생물인 담비의 배설물과 유사한 분변이 발견되기도 하였다. 담비는 호랑이와 표범이 사라진 우리나라의 육상포유동물 중 최고의 포식자이다. 정확한 조사가 필요하다.

청주권의 대표적인 생태보고였던 내암리 계곡 또한 이렇게 인간의 개발욕망에 의해 서서히 파괴되어 가고 있다. 조만간 이끼도롱뇽과 꼬리치레도롱뇽을 찾아 볼 수 없을 것이다. 해마다 계절별로 생태학습장으로 활용되었던 곳은 여름 한철이 지나면서 사람들이 버린 각종 쓰레기들로 몸살을 앓는다.

더 늦기 전에 내암리를 생태계 보전구역으로 지정하길 희망한다. 국유지가 일부 있고, 삼림청에서 사유지 매입을 적극 추진하고 청주시민들은 내셔널트러스트 운동을 진행하는 것이다. 정밀한 생태조사가 전제되어야 한다. 통합청주시 남동부의 발전전략이 생태환경이라 할 때 내암리는 더 가치가 높다. 도립공원 하나 없는 충청북도를 생각한다면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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