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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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10.12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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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적 욕구를 찾아가는 복지
이 상 종 <사회복지사>

며칠 전 오랜만에 가족과 외식을 했다. 바깥 발걸음을 한 김에 평소에 자주 하지 못했던 산책을 하게 되었다.

산책할 때면, 업어달라고 조르던 둘째 아이가 초등학교 3학년이 되었고 게다가 사춘기라며 목욕도 함께 하기를 거부해 안심하고 모처럼 아내와의 데이트를 가지려 했으나 예상과는 달리 둘째 아이는 몇 걸음 가지 않아 업어달라고 응석을 부렸다. 오랜만인데 너무 매몰차게 할 수 없어 업었지만 취기로 힘에 부쳤다.

아이에게 "힘든데 왜 업자고 하냐"고 했더니, 아이는 "자기에게는 세가지 인격이 있다"고 했다.

하나는 친구들과 있을 때는 자기 맘대로 하고 둘째, 집에서는 장난꾸러기 세 번째, 다른 사람들이 있을 때는 얌전한 인격이라고 했다. 왜 그러냐 했더니 그냥이라고 답했다.

더 이상 묻지는 않았다. 아이가 인격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정확히 알지 못할 수도 있다. 다만 나에게 있어 아이일 뿐이었지만 아이는 계속 변화하고 여러 가지 상황들에 대해 독특한 자기만의 행동양식을 가지고 있었다.

순간 나는 사회복지사로서 수요자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에 대한 물음을 갖게 되었다.

사회복지는 인간존중과 생명가치를 최우선으로 하는 실천분야이다. 생명은 생동하는 유기체이다. 제도가 가지는 근본적인 결함과 한계 중 이미 가장 적합한 현실적 대응이 아니다. 그럼에도 제도적 사고에 고정된 공급자는 다양한 욕구단계를 넘어 창조적인 욕구를 가진 수요자를 읽지 못한다는 것이다. 사회복지의 제도적 한계가 수요자의 욕구를 담지 못할 뿐만 아니라 사회복지 공급주체 특히, 최일선 현장 사회복지 공급자의 수요자에 대한 인식의 한계(제도적 잣대로 수급자의 욕구를 재단하는)가 수요자의 만족도에 장애가 될 수 있다.

움직이는 수요자의 욕구를 따라잡기가 어려운 것은 현실적이지 못한 제도, 사회복지행정(민ㆍ관을 포함하여)을 수행함에 있어 쓸데가 없는 절차, 이미 현실을 따라 잡지 못하는 제도적 틀에 맞는 수요자만을 선택하는 공급자의 의식이다. 현실적이지 못한 제도로 성과와 효율성을 찾는다면, 정작 생명의 가치, 수요자가 원하는 맞춤형 복지는 설 자리를 잃고 만다. 욕구가 있음에도 공급 절차와 제도의 부재만을 이야기한다면 복지의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없다.

삼성경제연구소의 '사랑받는 브랜드의 조건'에서 자사 브랜드에 대한 사랑이 있어야 소비자의 사랑을 받을 수 있다며 심리학자 존 포웰은 "자신에 대한 참된 사랑과 인정이 있어야 타인과의 사랑이 가능하다"라고 했다. 사회복지 공급주체 중 특히, 최일선 현장 사회복지 공급자가 제도에 대해 지지와 신뢰를 하고 있는가에 따라 고객감동으로 이어질 것이다. 제도와 정책에 고정되어 수요자를 선택하는 단순 전달자의 기능에서, 이제는 수요자 개개인의 창조적 욕구의 흐름과 방향을, 사랑할 수 있고 신뢰할 수 있는 제도 및 정책으로 전환시키려는 연구자적인 사회복지 공급자의 역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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