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꿈은 진행형이다
내 꿈은 진행형이다
  • 이창옥 <수필가>
  • 승인 2014.08.26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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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이창옥 <수필가>

기껏해야 한 평 남짓 작은 방이다. 들어서자 특유의 나무냄새가 숲속에 서있는 듯 코끝이 알싸하다. 눈길이 머물고 손길 닿는 곳마다 나무의 결이 살아 있고 숨 쉬는걸 증명이라도 하는 양 나무의 나이테가 선명하다.

여기 저기 옹이가 박힌 흔적들도 나무들이 오랜 세월 마주했을 세상의 이야기를 품은 채 각기 다른 형상으로 나를 바라본다.

사람들은 모두 자기만의 공간을 갖기를 소망한다. 그 공간이 넓거나 좁거나 이유는 분명 다를 테지만 어떤 이는 그 공간에서 온전하게 휴식을 하고 싶을 것이고 어떤 이는 그 공간에서 꿈꾸던 일을 하기도 할 것이다.

나에게도 이 작은 방이 내 오랜 소망이었다. 넓고 호화롭지 않지만 그래서 더 좋고 정이 드는 방이다. 아마도 나는 이 작은 공간에서 세상의 수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을 옹이들과 무언의 수다를 끝없이 펼칠 것이다. 그리고 무뎌진 오감에 불을 지필 것이고 그 오감으로 나만의 결을 만들며 많은 시간을 맞이하고 보낼 것이다.

주택에서 아파트로 이사를 결정하게 되면서 안방에 붙어있는 화장실은 내게 두통거리였다. 좁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잠자리 옆에 냄새 나고 습한 화장실을 두고 싶지 않았다. 집수리를 할 때 무조건 화장실을 없애달라고 했다. 모두들 안방에 화장실은 꼭 필요하다고 이구동성으로 만류했지만 내 고집을 아는 남편이 고민을 하더니 좁지만 내 서재를 만들어 보자고 했다. 멀쩡한 화장실을 없앤다고 하는 것도 의아한데 화장실에 서재를 들인다고 하니 얼마나 황당했을지 모두들 처음에는 우리 부부의 무모함에 기차 찼을 것이다.

그렇게 시작된 나만의 공간이 완성되기까지는 명예퇴직하고 목공 인테리어를 배운 형부의 공이 가장 크다. 한사람이 들어와 운신하기도 힘든 좁은 공간에서 원목을 재고 자르고 붙이느라 허리 펼 사이도 없이 고생을 했다.

이 작은방에 들어설 때마다 나는 진심으로 사랑을 많이 받는 사람임을 느낀다. 만약에 멀쩡한 화장실을 없애겠다는 철딱서니 없는 아내를 위해 사는 내내 불편함을 감수한 남편의 배려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리고 손바닥만 한 공간에 무조건 원목으로 서재를 만들어달라는 처제 등살에 보름씩이나 밤낮으로 머리를 싸매고 고생한 존경하는 우리 형부가 아니었으면 나만의 서재를 갖는 꿈은 아직도 진행 중이었을 것이다.

모든 꿈은 포기만 하지 않는다면 이루어진다고 했다. 오랜 꿈인 서재를 마련했으니 이제부터는 나는 또 다른 꿈을 꾸며 살아 갈 수 있게 되었다. 비록 한 평 남짓 좁은 공간이지만 이 작은 방에서 넓이를 가늠할 수 없는 무한한 꿈을 펼쳐볼 생각이다. 때로는 실패로 인해 쓴맛을 볼 테지만 그 또한 기꺼이 받아들일 것이다.

그래서 내가 소망하는 모든 꿈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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