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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6.10.12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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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핵무기 실험이 가지는 의미

김 주 환 <논설위원/극동정보대 교수>

지난 10월 9일은 한글창제 560돌을 맞이하는 날이었다. 또한 북한의 '핵 실험'이 성공한 날이기도 하다. 그러고 보면 우리 민족에 있어서 경사(慶事)와 흉사(凶事)가 겹치는 날이다. 전자는 우리 민족 5000년의 역사에 있어서 우리식 표기법을 갖게 한 민족의 정체성을 드높였다면, 후자는 우리의 운명을 '바람 앞에 놓인 촛불'과 같은 위기로 몰아넣었다.

핵무기는 다른 것들과 달리 전략무기로서 절대적 가치를 가지고 있다. 실제 사용할 수 있기에는 너무나 힘들지만, 협상력에 있어서는 그것보다 좋은 무기가 없다. 그래서 강대국은 물론, 약소국 혹은 테러리스트들마저도 자신들을 보호 혹은 뜻을 관철시키기 위해 저마다 '핵무기 보유'에 혈안이 되어 있는 것이다.

누구의 이론처럼 '내재적 접근법'을 이용한다면 북한의 이번 핵무기보유는 어느정도 자신들의 체제를 유지시키는데 도움을 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는 마치 '언 발에 오줌 누기'식의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대내적으로는 외세로부터의 위기를 강조함으로써 내부의 결속을 다질 수 있고, 대외적으로는 그들 말처럼 '강위력한 자위적 국방력'을 갖게 할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처한 근본적인 문제의 해결에 어떠한 도움도 얻지 못할 것이다.

생각하여 보면, 북한의 위기는 동구권의 몰락 이후 변화된 세계의 질서에 적응하지 못한데서 비롯한다. 다른 동구권은 물론 중국 등 사회주의권 국가들이 변화된 세계질서에 빠르게 편입하고 적응하면서 국가의 부와 국민의 삶을 비약적으로 끼웠다. 그런 반면 북한은 '불량국가()'라는 지탄을 받아가며 위조지폐, 납치, 마약, 밀수 등 정상적인 국가라고 하기에는 너무도 기이한 행태를 보이며 자신들의 생존을 도모하여 왔다. 이와 같은 비정상적 국가행태는 점점 그들을 세계로부터 더욱 고립시켜왔고, 북한주민의 삶을 피폐하게 하였다. 다시 말해 오늘날 그들의 위기는 '위기가 아니라 실패'에서 출발하고 있다는 것이 정확한 평가일 것이다.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한다고 하여 자신들이 처한 체제의 위기를 과연 어느정도 해결할 수 있을까 과연 미국이 북한의 달러위조를 용인할까, 아니면 납치문제를 덮어놓고 일본이 수교를 하여줄까 그들이 보유한 핵무기의 '협상력'은 다름 아닌 '협박력'의 강화는 아닌지 생각하여 보아야 할 것이다. 이들 강대국들이 소위 '불량국가'의 협박에 무릎을 꿇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너무도 순진한 생각일 뿐이다. 결국 북한의 핵위협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국가는 다름 아닌 동족인 남한, 즉 대한민국 밖에 없다.

10월 9일의 한글과 핵실험은 같은 점과 다른 점을 각각 하나씩 가지고 있다. 동일한 것은 최고 통치자의 의지를 필요로 하고 반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세종대왕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뜻을 담고 있다. 그러나 전자가 '나랏말이 달라'로 시작하는 훈민정음에서 보듯 '백성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에 그 출발점을 두고 있다면, 후자는 '체제의 위기, 즉 정권의 실패'를 모면하는데 그 목적을 두고 있다.

'뜻이 좋아야 결과가 좋다'고 했다. 설령, 북한이 핵무기로 자신들의 체제위기를 극복한다 하여도 고생하는 것은 북한주민이며, 위협받고 있는 것은 남한 국민이다. 밤하늘 인공위성에서 보면, 암흑의 북한과 찬란한 남한이 대비된다고 한다. 부디 북한의 밤하늘도 찬란한 빛이 일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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