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화
상사화
  • 변정순 <수필가>
  • 승인 2014.08.24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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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가는대로 붓 가는대로
변정순 <수필가>

상사(相思)라는 말은 서로 그리워하는, 애절하고 사무치는 그리움의 표현이다.

이름만 들어도 사연이 있을법한 상사화. 흔하게 이른 봄 양지바른 언덕이나 장독대 옆에서 엉성드뭇하게 알뿌리에서 잎을 내고 그 잎 무리는 유월에서 칠월사이에 사그라진다.

팔월이 되면 살며시 꽃대를 올려 꽃을 피운다. 연분홍색도 있고, 붉노랑상사화는 봉오리에 붉은 색을 약간 띠고 꽃이 피면 꽃잎 가장자리에는 약하게 붉은 빛이 돈다. 하나의 꽃줄기에 여섯 개의 주름진 꽃잎과 여섯 개의 꽃술, 한 개의 암술이 꽃잎보다 길게 나와 있어 매력적이다. 분홍 상사화보다도 더 깨끗하고 몹시 우아한 모습이다.

진노랑 상사화는 진한 노란색으로 핀다. 잎이 필 때는 꽃이 없고, 꽃이 필 때는 잎이 없고, 잎과 꽃이 한 번도 만나질 못하여 누군가 붙인 상사화란 꽃 이름.

견우와 직녀는 일 년에 한 번이라도 만날 수 있는 설화지만 상사화는 칠월칠석날 만날 희망도 전혀 없는 그리움의 꽃이니 참 가련하기 짝이 없다.

살면서 누구나 한번쯤은 애틋한 사랑을 해보았을 듯싶다.

이럴 때에 신체적으로나 정서적 변화는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자신을 성장시키는 변화가 있었을 것이다.

하루 종일 별다른 이유 없이 웃고, 노래를 들을 때도, 시를 읽고 로맨틱 영화를 볼 때도 자신을 위한 것처럼 느꼈을 것이고 그 사람의 안부도 궁금했을 것이다.

이성은 서로 그리워하고 필요로 하여 찾아다니지만 생각의 차이로 헤어지는 아픔도 겪었을 것이다. 그러면서 후회하고 또 그리워하며 살고 있을 것이다.

“그리움” 어떤 대상을 좋아하거나 곁에 두고 싶지만 그렇게 할 수 없어서 애타는 마음이다.

요즘아이들은 이성 친구 사귀는 것을 너무 자랑스럽게 이야기한다. 여자 친구가 없으면 또 남자친구가 없다는 것은 자신이 뭔가 매력이 없다고 느끼는 것일까. 아이들 대부분이 이성친구가 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좀 놀랍고 민망스럽지만 누군가를 좋아하는 감정은 아주 자연스런 일인 것 같다.

우리어른들도 좋아하는 사람은 늘 생각 하게 되고, 보고 싶어지고 그러다 삶에도 관여하고 싶어지지 않는가. 대상에 따라 감정이 다르겠지만 집착으로 느낄 수도 있고 그리움이 희망과 같은 좋은 의미로 다가 올수도 있다.

사람을 좋아할 줄 아는 사람, 사람을 사랑할 줄 아는 변하지 않는 마음, 누군가를 그리워 할 줄도 아는 마음 모두가 소중한 일이니까.

장독대 옆 붉노랑상사화가 이상스레 호화롭다.

연노랑 바탕에 붉은 빛을 띠니 마치 황금으로 치장한듯하다. 저리 우아한 황금 꽃은 보이지 않는 잎에게 애절한 마음을 지금 전하고 있을까. 사무치게 그리워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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