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량-영웅은 살아있다
명량-영웅은 살아있다
  • 박상옥 <다정갤러리 대표·시인>
  • 승인 2014.08.19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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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 포럼

박상옥 <다정갤러리 대표·시인>

한 번 더 보았습니다. ‘영화 보는 사람들’ 모임에서 만난 명량의 첫 인상은 우울했으므로.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은 정치적인 불의와 사람을 보는 것이 식상하였으므로. 하지만 개봉 10여 일만에 1000만 관객을 끌어들인 매력을 희망으로 생각하며 다시 보니 저 역시 세월호 이후 잇단 사건에 맞물려 존경할 만한 인물을 찾는 대중 속에 있었습니다. 영화 속 영웅은 헐리우드 영화로 탄생한 슈퍼맨, 스파이더맨, X맨처럼 첨단과학으로 만들어진 영웅이 아니었습니다. 영웅 충무공은 우리 역사에 실제 했던 인물이었고 그 인물이 살아나 지금도 난세라며 난세에 굴하지 않았던 리더십으로 희망의 화포를 펑펑 쏘고 있었습니다. 화포연기 속에서 인정받거나 개혁하지 못하고 사라져버린 비운의 영웅이 우리 모두에게 유언하듯 말씀하십니다.

“집안이 나빴다고 탓하지 마라. 나는 몰락한 역적의 가문에서 태어나 가난 때문에 외갓집에서 자라났다. 머리가 나쁘다고 말하지 마라. 나는 첫 시험에서 낙방하고 서른둘의 늦은 나이게 겨우 과거에 급제했다. 좋은 직위가 아니라고 불평하지 마라. 나는 14년 동안 변방 오지의 말단 수비장교로 돌았고 백의종군 했다. 윗사람의 지시라 어쩔 수 없다고 말하지 마라. 나는 불의한 직속상관들에게 원칙으로 맞서 몇 차례나 파면과 불이익을 받았다. 직급이 늦다고 불평하지 마라. 나는 적의 침입으로 나라가 위태로워진 후 마흔일곱에 해군제독이 되었다. 지원이 없다거나 적다고 실망하지 마라. 나는 스스로 논밭을 갈아 군자금을 만들었고 스물세번 싸워 스물세번 이겼으며 12척의 적은 전함으로 330여 척의 왜적을 막아냈다. 윗사람이 알아주지 않는다고 불만 갖지 마라. 나는 끊임없는 임금의 오해와 의심으로 모든 공을 뺏긴 채 옥살이를 해야 했다. 옳지 못한 방법으로 가족을 사랑한다 말하지 마라. 나는 스무살의 아들을 적의 칼에 잃었고 또 다른 아들들과 함께 전쟁터로 나섰다.

다시 들여다보니 이렇게 말하는 위대한 유전자가 우리에게 있을 거란 희망이 관객몰이를 합니다. 2014년은 세월호 사건이후에도 계속되는 우리에게 그래도 희망을 갖자며 ‘명량’을 보여줍니다. “바다를 잃으면 조선을 잃는 것이다. 독도를 잃으면 대한민국의 혼을 잃는 것이다. 과거 충은 백성이 아닌 임금(지도자)을 향했어야 했었지만 원래 충은 나라와 백성을 바라야 한다”는 말에 쐬기를 박습니다. 영화는 모든 국민과 위정자가 극장에서라도 눈을 밝게 가지고 희망으로 정신 차리라 말하는 것만 같습니다. 좋았습니다. 영화적 장치나 완성도를 떠나서 가슴 뭉클함만으로도 환영받았으니 되었습니다. 도저히 개혁이나 개선의 여지가 없어 보이는 한심한 정치인들이 극장으로 관객이 몰려드는 이런 현상을 제대로 보았음 싶습니다.

난세가 영웅을 부른다고 했습니다. 우리가 영웅을 불러내었으니 지금도 난세는 난세입니다. 소용돌이란 것이 평평하지 않은 지형이나 좁은 길목에 빠르게 빠져 나가는 물의 몸부림에 다름 아니라면 울들목의 소용돌이가 오히려 명량해전의 승리에 도움이 되었던 것이 사실이고 물살의 몸부림을 잘 이용한 이순신의 지략이며 배포가 치밀하고 정확했다면 말입니다.

지금 21세기 대한민국은 그 어느 때보다도 빠른 급물살을 예고하는 국제정세와 마주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통일희망과 상관없이 미국, 러시아, 중국, 일본이 주도권과 이익을 다투는 울들목 현장입니다. 영화가 1500만을 향해 갑니다. 하루하루가 전쟁입니다.

영웅이 돌아가시며 하신 말씀입니다. “싸움이 급하다. 나의 죽음을 알리지 마라.” 영웅은 살아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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