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지 책 속에 오묘한 이치 있으니(15)- 행복은 생각하기 나름
직지 책 속에 오묘한 이치 있으니(15)- 행복은 생각하기 나름
  • 박숙희 <청주시문화관광해설사·아동문학가>
  • 승인 2014.08.17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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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해설사에게 듣는 역사이야기
박숙희 <청주시문화관광해설사·아동문학가>

직지 책 속에 오묘한 이치 있으니 열다섯번째 이야기는 ‘직지’ 하권 1장에 나오는 아호 대의 화상(鵝湖大義和尙)의 여러 편, 좌선명(坐禪銘)에 대한 글 중 한편이다. 전문적인 이해를 돕기 위해 부산 화엄사 주지 각성 스님의 ‘직지’ 번역 및 강해(1998년) 등을 참조했음을 밝힌다.

그대가 보지 못했던가?/벽돌을 갈아서 거울을 만든다는 비유가 까닭이 있음이라./수레가 가지 않을 때는 소를 쳐야 한다./또 보지를 못했던가?/바위 앞의 맑은 물이 만 길이나 맑아서/침침하고 고요해서 아무 소리가 없더니/하루아침에 어룡이 물을 교란시키고 요동시키면/파도가 뒤집어지고 물결이 솟구쳐서 참으로 거창하다./만일 고요히 앉아서 공력을 쓰지 아니하면/어느 해에 급제하여 마음의 빈자리를 깨달을 것이냐?

 

몸을 구속해서 마음 깨치려고 하는 것이 벽돌을 갈아서 거울 만들려고 하는 것과 같다고 비유하였다. 소가 수레를 끌고 갈 때는 소를 쳐서 소가 가게 해야 수레도 가는 것이다. 수레는 몸에 비유했고 소는 마음에 비유한 듯하다.

沈沈(침침) 잠기고 잠겼다는 것은 물이 깊은 것을 말하고 寂寂(적적)하다는 것은 깊은 물이 파도가 없이 고요할 때를 말한다. 파도가 치면 적적이 아니다. 물이 솟구치면 洶涌(흉용)이라고 말한다. 즉 천지가 진동하는 소리가 난다.

漁龍(어룡)이 물을 교란시키고 물을 요동시키면 흉용이다. 물결이 뒤집어지고 솟구쳐서 산덩이같이 거대한 파도가 일어나는 것이다. 이는 참선을 용맹정진함과 비유한 것이 아니겠는가?

及第(급제)란 장원급제이다. 보통사람이 높은 벼슬하는 것을 정원급제라고 할 수 있겠다. 그와 같이 범부가 성인(聖人)이 되는 것을 급제에 비유한 것일 것이다. 또한 마음을 깨치면 급제했다고 할 수 있겠다.

고요히 앉아서 공부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언제 마음을 깨칠 수 있느냐는 것일 것이다.

즉 이렇게 하면 안 된다는 것이고 까마득하다는 것이다.

요즈음 ‘명량’이라는 영화가 개봉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이순신 장군의 리더십은 ‘必死則生, 必生則死(죽고자하면 살 것이고, 살고자 하면 죽을 것이다)’라고 해도 무리는 아닐 듯하다. 이는 모두 오늘의 우리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니겠는가?

이처럼 이순신 장군의 말과 행동에 군사들은 두려움을 떨치고 굳은 의지로 전투에 나섰을 것이다.

이는 아호 대의 화상의 좌선명, 어룡이 물을 교란· 요동시켜 흉용이 되고 물결이 뒤집어지고 솟구쳐서 산덩이같이 거대한 파도가 일어나는 것을 용맹정진함이라 하여 참선에 비유한 것과 다르지 않음이다.

또한 난해한 조건을 긍정적으로 이용하여 적재적소에 맞는 전법으로 죽음을 각오하고 얻은 결과, 백전백승이 아니겠는가? 이것은 세계 해전사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위대한 기록이며 또한 범부가 성인(聖人)이 되는 것에 비유한 장원급제라 할 수 있겠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 14일 한국을 방문, 100시간 육박하게 머문다. 그가 행복해지는 열 가지 방법을 말했는데 그중 ‘Live and let live’가 마음을 당긴다. 로마 이래 유럽과 미국에 전해 오는 속담이라고 한다. ‘내 방식대로 살되 남이 사는 방식도 상관말라’는 뜻이라니. 교황 말씀대로 남의 말과 생각을 ‘틀림’이 아니라 ‘다름’으로 받아들이면 개인도 세상도 많이 행복해질 것이다. 이를 좌선명으로 하여봄도 나쁘지 않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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