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인식…신뢰회복, 정부·국민·당사자 함께 노력해야
전문가 인식…신뢰회복, 정부·국민·당사자 함께 노력해야
  • 안태희 기자
  • 승인 2014.08.13 20: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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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 소명의식이 사라졌다
<7> 어떻게 해야 하나(전문가 진단)

‘인간은 왜 일을 하나?’라는 물음에 엘버트 허바드(Elbert Hubbard)는 ‘우리는 소유하기 위해서 일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자신이 되기 위해서 일을 한다.’라고 했다.

우리는 대부분 먹고 살기 위해서 또는 다른 사람에게 인정을 받기 위해서, 혹은 사회적 지위를 획득하기 위해서 일을 한다고 대답하는 경우가 많다. 자신의 능력을 통해 무엇인가를 소유하기 위해서 일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직업 소명의식은 노동에 대한 사회적·경제적 보상이 따르지 않더라도 자신이 해야 할 일로 의식되는 것에 헌신한다는 의미이다.

자신이 생각하는 이상적이고 인간적인 삶의 상태와 삶의 방식에 대한 투철한 신념과 의지가 작용하는 소명의식을 갖고 일하는 것이야말로 ‘엘버트 허바드’가 말하는 진정한 자신이 되기 위해서 일을 하는 것이다.

세월호 참사는 우리 사회에서 추락해버린 직업 소명의식의 가치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속옷 차림으로 구조된 선장은 제복과 함께 직업 윤리와 소명의식도 벗어던졌다. 직업윤리의식은 직업에 대한 자긍심과 소명의식이 수반될 때 극대화된다.

이 같은 소명의식 부재가 우리 사회를 망가뜨리는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다. 이 때문에 충청타임즈는 지난 8월 6일자부터 매일 ‘직업, 소명의식이 사라졌다’란 대주제로 ‘페스탈로찌는 죽었다’, ‘국민의 심부름꾼 공복(公僕)은 있는가’, ‘변호사도 이제는 생계형’, ‘히포크라테스 선서는 그저 요식행위’, ‘애사심(愛社心)은 옛날 옛적 얘기’ 등으로 나눠 각 분야별 실종된 소명의식에 대해 취재·보도했다. 이어 기획특집 마지막 순서로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소주제를 놓고 분야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 김성렬 전 한국교원교육학회 회장

교사는 교육 전문가
스스로의 인식 중요

교사에게 소명의식을 요구하려면 3가지가 필요하다. 교사 당사자가 교육전문가라는 인식, 사회적으로 교사를 전문가로 인식, 국가적으로 교사를 보호하는 제도 마련 등이다. 교사가 스스로 월급쟁이인지 교육전문가인지 판단해야 한다. 교육전문가라면 학생(사회구성원)을 지배할 대상이 아닌 봉사자로 여기게 된다. 수업도 자신의 방식을 고집하거나 주장하기보다 학생에게 맞는 수업법을 고민하게 된다.

교육전문가라면 학생과 학부모의 사회적 인식이 달라진 것을 인정하고 자신의 주관을 버릴 수 있다. 개인 감정을 못 이겨 화를 내거나 감정 섞인 체벌을 하는 것도 학생을 지배 대상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옛날 중국의 큰 스님 조주가 친구를 방문했을 때 일하는 동자승이 밀떡 5개를 내왔다. 동자승은 자신의 스승에게 밀떡 2개를 주고, 자신은 3개를 먹었지만 조주에게는 한 개도 주지 않았다. 조주는 친구에게 “제자 교육 똑바로 못 시킨 것 같네”라고 지적하자 친구는 “잘못 가르치면 제자를 망친다네”라고 답했다. 조주는 자신이 다 안다고 생각하고 남을 가르치면 오히려 망친다는 큰 깨달음을 얻었다는 일화가 있다.

아무리 좋은 교육도 학생에게 맞지 않으면 필요 없다는 사실을 교사가 인식해야 한다.

사회적으로는 학부모가 교사를 전문가로 인식하고 상담자로 여기는 풍토가 조성돼야 한다. 교사를 전문가로 인식하지 않기 때문에 함부로 대하고 공격하는 것이다. 정부는 교사가 마음 놓고 교단에 서도록 부당한 상황이 발생하면 보호해줘야 한다.

◇ 안광무 충북도의사회 부회장

전문직 신뢰회복
무엇보다 급선무

자율성이 부여된 변호사, 교사, 의사 등 전문 직업인들에게 전문직업주의를 요구하려면 자부심을 느끼고 일하도록 사회에서 존경받아야 한다.

전문직이 무너지면 이들 직업에 대한 신뢰도 무너진다. 예를 들어 광우병 소고기 파동이 났을 때 의사단체가 건강에 아무 문제가 없다며 직접 시식까지 했지만, 대중들은 믿지 않았다. 대중의 신뢰가 없었기 때문이다. 당시 이상한 단체가 광우병에 대해 말을 꺼냈고 언론과 방송은 의사단체에서 정보를 요구하지 않고 이 단체를 통한 정보만 보도해 사회적 가치관이 흔들렸다. 비주류가 주류 행세를 하면서 사회 지축이 흔들렸다. 또한 의료직 신뢰 상실의 또 다른 이유는 다양한 채널을 통한 정보로 이상한 건강론이 퍼진 것도 이유다.

한 때 미국에서 살구씨가 건강에 좋다는 소문이 퍼졌을 때 미국 보건 당국은 사실이 아닌 정보에 대해 칼을 빼들었다. 우리나라도 사실이 아닌 정보에 과감한 대처를 해야 한다. 의사들이 자부심을 갖고 활동하지 못하고 존경받지 못하면 소비자는 의사들을 믿지 못해 여러 병원을 찾아다니는 닥터 피싱을 해야 한다.

의사는 정부를 믿지 못하고, 정부도 의사를 믿지 않고, 국민도 의사를 믿지 않는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회복이다.

의사 아닌 사람이 개업하도록 허가한 사무장 병원 때문에 의사들의 명예가 실추된 것도 한 예다.

전문직의 신뢰가 상실되면 그에 따른 사회적 비용이 든다. 전문직의 구심점이 없으면 누구도 믿을 수 없게 된다. 전문직이 중심을 잡아줘야 한다. 보건복지부 장관에 전문직을 임명하지 않는 이유도 믿지 못하기 때문이다. 전문직의 위상을 키우기 위해 정부도, 국민도, 의사들도 함께 노력해야 한다.

◇ 남기헌 충청대 교수

공무원 공익추구
전문 직업인

참 서글픈 일이다. 나라살림을 책임지는 공무원들이 공직관이 약화되고 있는 모습을 보면 말이다.

특히 민선자치시대에 와서는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의 정치적 행보가 행정의 원칙과 기준을 모호하게 하고, 공무원의 역할은 그들의 선호도에 따라 움직이게 돼 전문공무원으로서의 사명감을 잃게 하는 원인도 있다.

초심을 회복해야 한다.

공무원 출발점에서 다짐한 국가에 충성하고. 국민에게 정직하게 봉사하며, 청렴한 생활을 하겠다고 다짐한 공복(公僕)정신을 말이다.

학연, 혈연, 지연주의 행정문화를 타파하고 합리주의와 성취주의 행정문화가 공직을 선도하는 능력본위 인사정책이 필요하다.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들도 일회성 정책지향으로 공직을 좌지우지하기 보다는, 백년대계의 정신으로 지역과 주민이 필요로 하는 방향으로 행동해야한다.

본질적인 문제이기도 한 사회문화의식의 변화도 필요하다. 성장과정에서 창의성과 합리주의정신을 일깨우고, 공직에 대한 자랑스러움이 넘쳐나도록 정부지원정책도 강화해야한다.

부정부패공무원에 대한 철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공직제도의 변화도 요구된다. 공무원은 공익을 추구하는 전문직업인임을 명심해야한다.

◇ 황신모 청주대 경제학과 교수

새 시대 요구
전문가상 정립 필요

양적 팽창이 지속하면서 ‘성공 보증수표’로 통했던 전문직 계층의 경쟁구도가 심화하는 탓에 고전을 하고 있다.

수년 전까지만 해도 변호사와 의사 등은 그야말로 ‘사회 0.1% 계층’이라 불릴 만큼 명예와 경제적 보장이 뒷받침됐던 전통적인 전문직으로 꼽혔다.

하지만, 수요는 일정한데 공급이 넘쳐나는 반비례 현상이 생기면서 전문직들에게도 불황이 찾아오고 있다.

경제발전에 따른 고학력시대로 접어들면서 그동안 까다롭게만 인식된 전문직 합격률이 높아지면서 공급과잉으로 이어지고 있다.

게다가 직종 간 영역구분도 없어지고 있다.

변호사들로만 구성됐던 법무법인이 변리사, 회계사, 세무사 업무까지 섭렵한 ‘원스톱 로펌’으로 변화하고, 정형외과 전문병원에 내과·가정의학과·성형외과 전공의가 상주하는 ‘작은 종합병원’이 들어서면서 전문직 고유영역이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경쟁에서 밀린 전문직들은 결국 생활고를 겪고, 직업 소명 의식까지 점차 잃어가게 된다.

이런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선 시대 변화 흐름을 빨리 읽어 권위의식과 기득권에서 탈피, 새 시대가 요구하는 전문가상을 정립해야 한다.

즉, 전문직종 종사자들이 고소득과 사회적 명예가 보장된다는 특권의식을 내려놓고 직업의 소중함을 깨우친다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문제다.

자격증을 딴 뒤 해당 분야로만 진출하기보다 다양해진 사회 욕구에 맞춰 습득한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새로운 업무영역을 발굴해야 하는 미래지향적 대안 마련이 절실하다.

◇ 서도원 충북대 교수

회사는 소통
직장인 자기전문성

기업과 근로자간의 관계는 기본적으로 ‘Give and Take‘라고 할 수 있다. 기업이나 근로자가 서로에게 바라는 것이 있고 이는 좋은 대우나 보상, 조직의 성과와 연결된다.

회사는 근로자에게 회사의 비전을 제시하고 꿈을 심어주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회사와 근로자, 근로자간의 소통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서로가 비전과 꿈을 공유하고 신바람나는 직장분위기가 만들어지는 기업문화가 이뤄져야 한다. 

또한 경영자는 이런 비전을 성취할 수 있는 학습조직을 만들어서 끊임없이 학습하고 토론하면서 성과를 만들어내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성과가 나오면 그 성과를 어느 한쪽이 독식해서는 안되고, 공평하게 나눠야 한다.

근로자에게도 보수나 복리후생이 전부라는 생각을 해서는 안된다. 보수가 필요조건이 될 수는 있지만, 충분조건은 아니다.

일본의 경우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직원들도 전문가가 되어 책을 내는 등 자기전문성이 높다.

그렇기 때문에 삼성이나 현대 등 대기업 위주의 취업지향보다는 자기가 잘할 수 잇고, 좋아하는 직무를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현금으로는 따질 수없는 자신만의 강점을 만드는게 중요하다.

중소기업에 다닌다고 좌절하지 말고 자신의 경력을 잘 발전시킬 수 있는 비전과 전문성을 가졌으면 좋겠다. 되도록 강소기업이자 비전있는 기업을 선택하고,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곳을 찾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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