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의 주인은 학생… 진보 갈등 접고 화합해야
학교의 주인은 학생… 진보 갈등 접고 화합해야
  • 김금란 기자
  • 승인 2014.08.13 19: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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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우교육감의 충북교육정책 문제없나

충북 첫 진보교육감… 학생 중심 행복교육 추진
혁신학교 TF팀 관련 도교육청·도의회와 마찰
전국 600곳 지정 운영 불구 충북 한 곳도 없어

취임 첫 0교시 폐지 결재… 교육계 긍정적 평가
학생인권조례·고입선발고사 등은 찬반 엇갈려
충북교육정책 수립·추진때 이념의 틀 벗어나야

충북 최초의 진보교육감으로 취임한 김병우 교육감(사진)이 지난 7월 1일 취임하면서 충북 교육 정책의 큰 변화가 예고됐다. 50대 젊은 진보교육감이 펼칠 새로운 교육정책에 대한 기대감 속에 취임 후 첫 결재를 0교시 폐지로 출발하면서 신선한 모습을 보여줬다.

충북 교육의 방향을 학력지상주의가 아닌 학생이 행복한 학생 지상주의로 수립하면서 김 교육감은 시험을 줄이고 학생 중심의 다양한 정책 추진을 내놓았다.

그러나 김 교육감의 핵심 공약과 혁신학교 추진 업무를 전담할 TF팀에 전교조 출신 교사 12명이 전원 배치되고, 혁신학교 관련 예산이 충북도의회 추경 예산 심의과정에서 전액 삭감되는 등 일련의 과정이 드러나면서 충북교육이 보혁(保革·보수와 개혁을 아울러 이르는 말)의 이념에 갇혀 새로운 정책을 시도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 교육감은 자신의 공약을 추진할 TF팀 구성을 하면서 도교육청과 부딪혔다. 김 교육감은 현직 교사를 도교육청 파견교사로 배치해 TF팀을 구성할 것을 요구했지만 도교육청은 법률 규정에 어긋난다며 반대했었다. 결국 김 교육감의 뜻대로 12명의 현직 교사가 TF팀에 합류했다. 김병우 교육감은 혁신학교 예산이 삭감된 후 만난 윤홍창 도의회 교육위원장이 TF팀에 보수성향 인사 참여를 요구하자 일부 인원을 배치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고 학교 구성원의 의견을 교육정책에 적극적으로 반영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추진과정에서 도교육청과 도의회와의 갈등이 표면화되면서 김 교육감의 진보 교육정책에 대해 말들이 많다.

김 교육감이 추진하는 핵심 교육정책은 혁신학교 운영, 0교시 폐지, 고입선발고사 폐지, 학생인권조례제정 등이 있다.

혁신학교는 김 교육감의 취임 후 충북 교육계를 뜨겁게 달군 핫 이슈였다. 혁신학교는 진보교육감의 대표 브랜드로 인식돼 전국 600여개 학교에서 운영되고 있지만, 충북에서는 지정학교가 한 곳도 없다.

2015년 시범 운영을 위해 필요한 예산 3억여원도 충북도의회에서 전액 삭감돼 사업 추진이 불투명한 상태다. 혁신학교 추진에 대해 보수와 진보 단체, 도의회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의 찬·반 의견이 극명했다.

예산삭감에 대해 진보성향의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예산을 삭감하면서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도의회 새누리당 의원들은 도민 앞에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보수 성향의 충북학교학부모연합회는 “충북교육이 불확실한 정책으로 인해 혼란이 야기된다면 이를 제지하는 것은 도의회의 당연한 권리이자 의무”라고 반박하고 나섰다.

도의회 교육위원회 새누리당 의원 4명은 혁신학교 추진의 신중한 검토를 요구한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학생을 위한 정책의 추진을 요구했다.

조상 충북 민주화를 위한 교수협의회장은 “좋은 대학에 들어가는 것이 인생의 목표인 현실에서 초중등학교의 교육이 오직 대학입시를 목표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학생들이 학업의 흥미를 잃고 학교에 가는 것이 즐겁지 않은 채 살아가고 있다”며 “혁신학교의 운영 방식은 근본적으로 교사들의 자발성을 그 기초로 하고 있다. 교사 스스로 교육과정을 만들고 이를 실행해 나가는 자율성이 보장되고 이를 실행해 과정에서 학생들과 교사들의 소통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는 점에서 혁신학교는 반드시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반대 입장을 밝힌 윤홍창 도의회 교육위원장은 “학력저하, 혁신학교 확대시 교육예산 고갈, 사교육비 증가, 교사들의 사기 저하와 상대적 박탈감 등 수많은 문제가 타 시도에서 시행돼온 혁신학교에서 나왔다”며 “충북형 혁신학교는 저비용 교효율의 창조적 학교를 만드는 게 중요한 만큼 부작용을 줄이는 진정성 있는 대책이 선결돼야 한다”고 밝혔다.

학생들의 수면권과 건강권을 보장하기 위해 김 교육감이 취임 후 첫 결재한 0교시 폐지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많았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학기제로 운영되는 학교에 학기 중간인 7월 시행을 요구한 점은 문제로 지적됐다.

오인배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교육위원장은 “아침밥도 못 먹고 잠이 덜 깬 상태에서 등교해 책상 앞에 앉아 수업을 진행하는 0교시는 비효율적이고 비인권적인 학습”이라며 “0교시 폐지를 시작으로 입시 일변도의 경쟁 위주의 충북 교육이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말했다.

학생인권조례제정 추진에 대한 의견도 분분하다. 김병우 교육감이 학생, 학부모, 교사, 전문가 등의 의견을 수렴해 조례안에 담겠다고 했지만 진보 입장에서는 찬성을, 보수단체는 반대하고 있다.

박지헌 충북학교운영위원회 협의회장은 “학교에서 아이들의 의견과 소신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교권이 우선돼야 한다”며 “학생인권조례제정으로 교사들의 의욕을 저하시키고 교권이 위축된다면 교육현장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이와 달리 박옥주 전교조충북지부장은 “학생들은 공교육 12년 동안 학교와 교사에 의해 많은 부분을 통제당하며 생활한다. 세월호 사건에서 보듯 가만히 있으라는 지시에 순응해 목숨을 잃은 학생들의 모습은 통제식 교육의 문제점을 보여준 것”이라며 “존중받고 스스로 토론하고 결정하는 과정을 경험한 어린이들이 어른이 돼서도 다양성을 인정하고 다른 의견을 조율하고 민주적 사회를 만들어 가기 때문에 인권조례 제정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병우 교육감은 내년부터 고입 선발고사를 폐지하고 대신 학교생활기록부에 의한 내신성적으로 일반계고 신입생을 선발하겠다고 발표했다. 고입선발고사는 지난 2010년 부활돼 시행 4년만에 폐지되는 신세가 됐다. 고입선발고사 폐지에 대해 찬성하는 학부모들도 많지만 교육수장에 따라 갈지자 교육정책으로 혼란을 겪는 학생들을 고려해 학부모나 도민의 의견 청취 과정이 필요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 교육감은 충북교육이 지향해야 할 점은 ‘공부가 즐거워 내일이 기다려지는 학교’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한다.

충북교육이 지향할 점으로 윤홍창씨는 강한 권위와 권력, 지시와 감독과 같이 힘의 논리에 따라 움직이는 교육·특정 이념과 성향에 편중된 교육이 아니라 교육의 본질적 가치에 관점을 두고 교육수혜자, 도민 모두의 교육적 요구와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요구했다.

박옥주씨는 지난 10년간 충북교육을 상징하는 경쟁, 순위, 실적에서 교육이 빠져 있었던 만큼 도교육청은 교육의 기본을 바로 세우고 모든 교육주체와 지역사회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인배씨는 학생은 학교를 다니고 싶고, 교사는 교육자로서의 자기 역할을 보람있게 해 모두 행복한 교육을 지향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지헌씨는 이념보다는 교육적 가치를 중시할 것을, 조상 교수는 교육주체자 모두 각자 역할에 충실하도록 지원하는 환경을 만들어 줄 것을 주문했다.

김병우 교육감이 성공한 교육감이 되기 위해서는 교육정책을 수립·추진할 때 의사결정의 민주성, 학교현장 적합성, 보수·진보 등 이념의 틀에서 벗어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TF팀 단장인 평교사가 장학관급 역할을 할 것이라는 발언에 대해 도교육청의 조직 질서를 와해시키는 인사라는 불만이 나왔다. 혁신학교 추진도 전교조 소속 평교사들의 교장 앉히기라는 지적도 있다.

교육현장의 소리를 듣기 위해 마련한 원탁회의가 추진하고 싶은 정책의 명분을 찾는 자리로 전락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교육은 오직 학생들만 바라보고 학생들을 위한 정책이 펼쳐져야 한다. 교육 수장은 어느 한 편의 손을 들어주거나 편협된 이념에 함몰돼 교육수혜자인 학생을 외면하고 있지 않은 지 돌아봐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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