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상처
공부 상처
  • 정선옥 <음성도서관장>
  • 승인 2014.08.11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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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권하는 행복한 책읽기
정선옥 <음성도서관장>

둘째가 곧 고등학생이 된다. 현재 고등학교 3학년인 큰아이가 겪은 시행착오를 덜 겪었으면 하는 마음에 조바심을 내지만 아이는 평범한 성적에 만족한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라는 말로 나를 위로하는데 그 말은 공부 못하는 아이의 합리화이며 학생의 본분은 공부라고 잔소리를 늘어놓게 된다.

아직 사춘기의 터널을 걷고 있는 아이가 마음을 다치지 않고 공부에 흥미를 유발하는 방법은 없을까 고민하는데 도서 ‘공부 상처 (김현수 저·에듀니티)’가 눈에 들어왔다.

첫 장을 펼치니 ‘사랑이 독을 갖고 있을 때, 부모나 교사가 사랑에 독이 있을 때, 아이들이 자라나기는 어렵습니다. 우리 또한 그렇습니다’라는 글귀와 함께 저자의 자필 사인이 적혀 있다. 저자 김현수는 신경정신과 의사이며 인터넷 게임, 학교 폭력, 인터넷 중독, 가정폭력 등 주로 청소년들의 권익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이 책은 제목처럼 청소년들이 가정과 학교에서 공부 때문에 받은 상처에 대해 보듬어주는 책이다. 서울대 김동일 교수의 추천사 제목인 ‘공부, 상처와 힐링의 변주곡’이라는 글이 와 닿는다. 공부 상처는 주로 남보다 잘해야 한다는 비교, 획일적인 방식의 수업, 공부와 놀이의 적대적인 관계, 일방적인 강요, 공부 방법의 부재 등 다양한 문제로 인해 발생한다. 저자는 공부를 못하는 아이가 아니라 안 하는 아이라고 강조하지만, 공부에 흥미를 잃은 아이가 되는 것이다.

학습 부진에서 탈출하기 위해서는 중산층의 규범과 말하기를 익히게 할 것. 책을 친숙하게 여기게 할 것, 계획을 세우고 시간 관리를 하게 할 것. 이 세 가지를 강조한다.

전 세계의 학교 교육은 정해진 규칙을 지키고, 고상한 선생님의 언어 등 중산층을 기준으로 이루어진다고 한다. 가정에서도 드라마, 쇼 등의 시청보다는 뉴스나 다큐멘터리를 보고 신문의 사설을 읽으며, 매일 일정한 시간을 할애하는 독서 및 공부 습관, 미래를 위해 현재를 투자하는 습관을 가져야 하는 점을 강조한다.

아이가 중학교에 들어가면 대부분 엄마는 학원이나 학교 교육에 의지하고 그저 공부하라는 잔소리만 할 뿐 실제적인 공부 코칭은 하지 않는다. 아이 스스로 지킬 수 있는 공부 계획을 세우면 평가하고 격려해 주는 것은 부모 몫이다.

예를 들면 매일 영어 단어 10개 외우기, 수학 문제 1장 풀기, 사설 1개 읽기, 한국 단편소설 100쪽 읽기 등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반이라도 성과가 나타나면 칭찬해주고 격려해 주는 것이 부모가 할 일이다. 아이가 실현 가능한 꿈을 가질 수 있도록 함께 꿈을 찾는 노력도 기울여야 한다.

요즘은 마지못해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이 많다. 지난 학기에 작은아이 학교에서 시험 감독을 했는데 시험이 시작된 지 10분 만에 엎드려 자는 아이들이 6~7명은 됐다. ‘아이 엄마는 이 사실을 알까?’ 하며 걱정스러운 마음에 조심스럽게 건드렸지만 아이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방학 때 부모와 함께 매일 책을 읽고 조금이라도 공부 습관을 들이는 노력을 기울이면 좋을 텐데…. 아이들의 상처를 보듬어주고, 학습 동기를 일깨워 주는 것은 교사와 부모 몫이다. 그 아이 엄마에게 이 책을 선물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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