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유병택회장님 영전에 부쳐
故 유병택회장님 영전에 부쳐
  • 심억수 <시인>
  • 승인 2014.08.11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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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심억수 <시인>

충북문인협회장으로 충북문학 발전을 위하여 희생과 봉사로 헌신하셨던 회장님의 영면(永眠)의 비보를 접하고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예총이 실시한 '증평 들노래 축제행사'에 증평예총 수석부회장의 임무로 개막선언을 하시고는 쓰러져 병원으로 후송되어 수술 후 깨어났으나 끝내 영면하셨다는 증평문인협회장의 말에 한동안 꿈이었으면 했습니다.

생의 마지막을 문학인으로 살다 문학인으로 영면하신 회장님의 문학사랑은 그 어느 예술인도 따라할 수 없는 열정적 삶이었습니다. 시인으로 향토사학자로 그 누구보다도 문학을 사랑하고 예술을 사랑하신 회장님. 회장님께서는 젊은 시절 구국의 일념으로 육군간부 후보생으로 지원 입대하여 최전방에서 북괴적화통일야욕에 맞서 싸우셨고 월남전에서 세계평화와 자유 수호를 위하여 혁혁한 공을 세웠습니다. 영예로운 군인의 삶을 마치고 도안우체국장으로 국가와 주민을 위하여 헌신·봉사를 하셨습니다. 그리고는 고희를 훌쩍 넘어선 세월에도 자신보다는 문학과 예술에 소외된 사람을 위하여 많은 봉사를 하셨습니다.

회장님의 문학작품 세계는 회장님의 삶의 체험이 바탕이 된 우리가 경험할 수 있는 이야기였기에 더 많이 공감하였습니다. 그래서 더 애통합니다. 회장님은 삶의 희망과 향수를 따뜻하고 진솔하게 시를 통하여 보여 주셨습니다. 작품 속에 녹아있는 회장님의 삶을 들여다보며 문학의 진정성을 느꼈습니다. 문학의 정직성을 일깨워준 회장님이기에 더욱 안타깝습니다.

헤어진다는 것이 이토록 가슴 아픈 일인 줄 몰랐습니다. 소중한 것은 떠난 후에야 깨닫는다는 말을 절실히 통감합니다. 함께했던 시간만큼 그리움이 사무치나 봅니다.

회장님께서 구병산 자락에 자그마한 농장을 일구어 놓으시던 날 “칠십 년 흘러간 덧없는 세월 뒤로하고 고향을 찾았지만 높고 푸른 하늘만이 옛 그대로 맞아 줄 뿐 고향은 날 본 듯 안 본 듯하여 마음 못내 서러워 눈물 저려온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고는 회장님은 '바램' 이라는 자작시를 낭송하였습니다.

 

그리움 담아둘 마음 주머니 하나/미움 덩어리 담아둘 마음 주머니 하나 있으면 좋겠다/원망의 불씨를 녹이는 마음 주머니 하나 더 있으면 좋겠다.//보고 싶고. 또 보고 싶은 님의 얼굴/들어도, 또 듣고 싶은 님의 목소리 담아 둘/마음 주머니 하나 있으면 좋겠다. //먼 훗날/마음 주머니 조용히 꺼내어 헤쳐 풀어보며/냉가슴 봄 눈 녹듯 스르르 녹아내릴 즈음/그때 말할 수 있는 마음 주머니 하나/모두가 사랑이었다고. /참으로 열심히 사랑하며 살았노라고./참으로/사랑을 담아둘 수 있는 마음 주머니 하나 있으면 좋겠다.



시낭송을 하시던 회장님의 모습이 내 마음을 아리게 합니다. 회장님의 음성에 실린 '바램' 이 하나, 둘 유언이 되어 내 눈가에 매달려 있습니다.

회장님! 회장님의 바람처럼 이제는 다 내려놓고 그리움도 미움도 원망도 없는 저 세상에서 부디회장님을 위한 노래를 부르소서. 이승에서 못다 부른 회장님의 사랑 노래 부르면서 영원한 행복을 누리소서. 천국의 혼이 되어 먼저 가신 회장님 영전에 부치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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