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논단
충청논단
  • 충청타임즈 기자
  • 승인 2006.10.11 16: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제특별도 건설의 미래 과제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추석은 민족 최대의 명절로 여름처럼 덥지도 않고 겨울처럼 춥지도 않아서 살기에 가장 알맞은 계절이다. 이번에는 연휴도 길었지만, 날씨가 맑고 쾌적한 것이 한가위만 같아라 하는 속담과 꼭 맞았다. 한가위 보름달 아래에서 그동안 마음으로만 그리워하며 못내 만나보지 못했던 가족 친지도 만나고 옛 친구들과 운동도 하는 좋은 시간이 되었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한가위가 되면 서로의 속내를 털어놓고 시름과 걱정도 함께 나누고 함께 칭찬해주기도 하면서 급기야는 지역 걱정, 나라 걱정을 앞세우는 것이 또 하나의 풍속이다. 그 중에서도 경제 이야기는 빠질 수 없는 단골 주제인 것이다.

민선4기가 출범한지도 100일이 되어간다. 그동안 도내·외의 현안문제를 파악하고 입장을 정리하면서 새로운 충북의 미래 모습을 그려내느라 무척 바빴을 것이다. 그 중에서도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부분은 단연코 경제특별도 건설이다. 특히 충북을 경제특별도로 만들기 위한 핵심 과제로 투자유치와 균형발전을 말하고, 경제특별도 건설을 위해 국내·외 투자와 대기업을 유치하는 'BUY충북 프로젝트'도 이야기된다. 그러나 경제특별도 건설 프로젝트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고려해야 할 몇 가지가 있다.

우선, 경제특별도를 '왜' 만들어야 하는가에 대한 합의가 있어야 한다. 이미 많은 준비를 하고 있겠지만, 짧은 시간 동안 이루어내야 할 과제가 산적하다보니 정작 가장 전제가 되는 부분을 놓칠 수 있다. 지금 경제특별도 건설과 관련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은 경제특별도를 '어떻게' 만드느냐에 쏠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단적 가치가 지배하다보니 목적이 상실되는 우를 범할 수 있다. 경제특별도 건설의 궁극적 목표에 대한 합의가 있을 때 협력의 기반이 갖추어지는 것이다. 다음으로 경제특별도 건설 계획에 대한 철학이 요구된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잡으면 된다는 방식으로 경제특별도를 만들어가서는 안된다. 우리는 현대사를 통해 목표달성 제일주의가 가져오는 병폐를 몸으로 겪어왔다. 혹시라도 급한 마음에 외자기업에 대한 특혜와 성장 최우선주의를 지고의 가치로 설정하는 것도 위험하다.

마지막으로 경제특별도 건설 프로젝트의 대상 영역과 미래 비전을 숙고해야 한다. 충북 경제와 관련하여 무척 복잡하고 다양한 변수들이 놓여 있다.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 오송역 건설, IT·BT단지 육성, 혁신도시와 기업도시 건설, 농산물 수입 자유화, 청주국제공항 활성화, 수도권 규제 완화와 대수도론 등 헤쳐나가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이들 변수와 현안들이 일거에 해결되거나 마무리된다는 가정은 할 수 없다. 새 변수와 상황이 끊임없이 생겨나고 엮어져 나올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충북이 경제특별도로 거듭나게 되면 우리 지역의 주민들이 어떤 희망을 가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어야 한다.

투자유치도 좋고, 외자기업 성장도 좋지만, 경제특별도의 궁극적 목표는 지역주민이 함께 잘 사는 사회이어야 한다. 인터넷 게임과 불법 도박이 판을 치고, 상상할 수 없는 고리채가 서민의 등을 갉아 먹는 상황에서는 아무리 기업을 유치해도 절반의 성공일 뿐이다. 경제 정의가 살아있는 경제특별도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 적어도 경제특별도가 건설되면 한가위 보름달 아래에서 생계 문제, 집 문제, 학비 문제, 직장 문제로 한숨짓는 도민은 없을 것이라는 희망이라도 주었으면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