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신과 의심에 대하여
불신과 의심에 대하여
  • 김기원 <시인·문화비평가>
  • 승인 2014.08.07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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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원의 금요편지
김기원 <시인·문화비평가>

세상살이에서 가장 고약한 놈이 바로 불신이다. 불신은 의심하여 믿지 못함이니, 그로 인해 자신의 몸과 마음을 미편하게 하고, 애써 맺은 인연과 조직과 공동체를 어처구니없게 망가뜨린다. 불신은 굴릴수록 커지는 눈덩이와 같아, 서로를 경계하고 감시하고 증오하고 저주케 하는 아주 못된 놈이다. 믿지 못하는 상대와 집단은 결국 견원지간이 되어 공멸의 길로 들어서게 되고, 이런 악연의 고리는 개인과 사회를 피멍들게 한다.

이렇듯 불신은 불행으로 가는 쾌속열차다. 자식을 믿지 못하는 부모가 행복할리 없고, 남편을 믿지 못하는 아내가 행복할리 없다. 믿지 못하는 친구를 어찌 친구라 할 것이며, 믿지 못하는 연인을 어찌 연인이랴 하랴. 의심이 자라면 차라리 남보다도 못한 원수가 되는 것을. 불신의 골이 깊으면 깊을수록 불행의 골도 그만큼 깊어 간다.

불신에는 두 종류의 씨앗이 있다. 불신하는 씨앗과 불신당하는 씨앗이 바로 그것이다. 불신하는 씨앗은 자신이 타자와 타 집단을 의심하는 것이고, 불신당하는 씨앗은 타자와 타 집단으로부터 자신이 의심받는 것이다.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자신이 남을 의심하거나 불신하는 데는 너그럽다. 오히려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야 한다며 자신의 불신행위를 합리화 한다. 반면에 자신이 남이나 타 집단에게 의심받거나 불신을 당하면 참지 못하고 분노한다. 도리어 자신을 불신하는 자를 폄훼하거나 공격하고 배척한다. 이 모두 자신의 얼굴에 묻은 오물을 보지 못하고, 남의 얼굴에 묻은 오물을 보고 탓하는 인간심리와 자기중심적 사고에 기인한다.

남자는 자신의 가치를 알아주고 믿어주는 리더에게 목숨을 바치고, 여자는 자신의 가치를 알아주고 믿어주는 남자에게 목숨을 바친다고 한다. 이 말을 뒤집어 보면 리더가 자신을 의심하고 불신하면 언제든 배신과 위해를 가할 수 있음이며, 사랑하는 남자가 자신을 의심하고 불신하면 이 또한 그러함을 내포한다. 불신과 의심이란 놈이 이렇게 무서운 것이다. 그러므로 행복해지려면 불신의 씨앗을 뿌리지 말아야 한다.

그대에게 묻는다. 당신은 지금 누군가를 불신하고 있고, 누구로부터 심한 불신을 받고 있는가? 불신이 당신의 삶을 옥죄어 살맛이 나지 않는가? 그렇다면 그대는 그 불신과 오늘 단호하게 결별해야 한다. 한번 불신의 늪에 빠지면 그 늪에서 빠져나오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병적이 아니라면 마음먹기 달려있다.

먼저 자신을 의심하고 불신하는 자를 애써 용서하라. 그런 다음 스스로 불신의 싹이 자라지 못하는 토양을 만들며 사는 거다. 이렇게 말이다. 자존감을 가져라. 자신을 사랑하고 존중하면 남에게도 그리하게 된다. 긍정적인 사고를 하라. 그래 그렇지 그럴 거야 하면 마음도 세상도 밝아진다. 범사에 감사하라. 눈을 떠도 감사하고, 일을 해도 감사하고, 잠을 자도 감사하면 감사할 일이 많아진다. 건강을 증진하라. 육신이 건강하면 정신도 건강해져 웬만한 일에 미혹 당하지 않는다. 탐욕을 버려라. 욕심을 비우면 마음에 여유가 생기고, 언행에 너그러워진다. 배려를 생활화 하라. 상대의 눈으로 바라보고, 상대의 입장에서 행동하면 상대도 자신에게 그리하게 된다. 사실 말은 쉽지만 하루아침에 그리하기란 어렵다. 그러므로 인내와 연습이 필요하다. 이슬비에 옷 젖듯, 스펀지에 물 스며들 듯, 서둘지 말고, 진정으로 그리하라. 그리하면 그대의 입가에 미소가 번지고, 얼굴에 편안함이 묻어날 것이다. 그대가 바로 불신의 시대를 밝히는 촛불이다. 우리 그렇게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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