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둥이 심리분석
바람둥이 심리분석
  • 양철기 <충북학생외국어교육원 연구사·박사·교육심
  • 승인 2014.08.04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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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으로 보는 세상만사

양철기 <충북학생외국어교육원 연구사·박사·교육심리>

바람둥이의 행동 특성은 어떻게 형성될까?

양육 환경, 도덕, 교육 등 무수히 많은 요인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최근의 연구결과 바람둥이 남성의 경우에는‘바소프레신(Vasopressin)’이라는 뇌하수체 호르몬이 바람둥이 여성의 경우에는‘옥시토신(Oxytocin)’이라는 호르몬 분비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바람둥이 행동 특성이 생리·유전적인 문제일 수 있다는 것이다.

북아메리카에 사는‘대초원 들쥐’와‘목초지 들쥐’는 생김새는 비슷하지만, 행동은 딴판이다. 대초원 수컷 들쥐는 한번 짝짓기를 한 암컷과 새끼를 평생 지극정성으로 보살피는 순애보적인 행동을 한다. 반면 목초지 들쥐 수컷은 짝짓기가 끝나자마자 다른 암컷을 쫓아다니는 바람둥이 행동을 한다. 두 들쥐의 행동양식의 차이는 바소프레신이라는 호르몬의 분비에 있는 것이 학자들에 의해 밝혀졌다. 대초원 들쥐들은 짝짓기한 후 바소프레신이 분비됐으나 목초지 들쥐들에게서는 분비되지 못했다.

그렇다면 바람둥이 목초지 들쥐에게 바소프레신을 주입하면 어떤 현상이 벌어질까? 실험 결과 바람둥이 수컷에게 바소프레신을 주입한 결과 바로 헌신적인 남편 쥐로 탈바꿈했다. 즉 다른 이성 들쥐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고 오로지 자기와 짝짓기 한 암컷 들쥐만을 돌보았다. 발룸(Walum)박사는 바소프레신 분비에 문제가 있는 사람은 결혼을 못할 비율이 32%로 정상인(17%)의 두 배 가까이 됐으며 결혼 후에 위기를 경험했다는 비율이 40%로 높았다고 보고하고 있다.

바소프레신과 옥시토신은 사랑과 사회적 유대감을 조절하는 신경 호르몬으로 연인과의 유대감을 오랫동안 이어가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연인 간의 초기 격정적인 사랑은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다소 식는 것은 자연스럽고 일반적인 생리·심리적 현상일 것이다. 그러나 연인 간의 정상적인 관계는 서로간의 의무감, 헌신성 등이 개입돼 남편 또는 아내로서의 역할을 지속할 수 있게 해준다. 이때 바소프레신이라는 호르몬이 부족한 남성은 초기의 격정적인 사랑, 또는 무책임한 욕망을 좇을 가능성이 커진다. 옥시토신이 부족한 바람둥이 여성 또한 비슷한 행동양식을 가질 수 있다.

남자든 여자든, 잘났든 못났든 누구나 바람을 피울 수 있는 가능성은 있다. 이성과의 만남 속에서 처음의 격정적인 사랑이 시간에 따라 식어짐으로 다른 이성에 관심을 보이며 빠지게 되는 것이 일종의 바람으로 이것은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런데 바람둥이는 다르다. 사랑하는 이성이 있고 그 이성과의 사랑이 식지 않은 상태에서도 다른 이성을 찾아 나선다. 바람둥이에게는 마음의 회로에 이상이 생긴 것이다.

자신의 욕망에만 충실한 바람둥이를 좋아하는 남녀는 없을 것이다. 대개 여성들은 감성적인 진실한 사랑을 원해 바람둥이 남자들을 싫어하지만, 이상하게도 바람둥이에게 잘 넘어가는 평범한 여성이 은근히 많다. 작가 한상복은 여성들이 바람둥이의 외모와 매너 등에 빠지는 때도 있지만, 여성들의 눈을 멀게 하는 결정적인 포인트는 바람둥이의 ‘열광’이라고 한다. 바람둥이는 거절을 당할수록 열광한다. 그리고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집요하고 끈질기게 상대 이성에게 집착을 보인다. 상대방 이성은 이런 열광을‘오로지 당신만을 사랑한다’는 순수한 마음으로 해석한다. 드디어 여성이 마음을 활짝 여는 순간, 바람둥이는 홀연히 다른 이성에게로 향한다.

사랑을 흔히‘격정×친애×책임’과의 함수관계로 본다. 그러나 바람둥이에게서의 사랑은 친애와 책임이 빠진 격정(passion)만 추구하는 도취(陶醉)적인 사랑을 반복한다. 하늬바람처럼 일시에 뜨거워지다가 금세 소멸하는 그런 사랑을 추구한다. 그러나 이제 그런 바람둥이도 전설로 남을 날이 머지않았다. 바소프레신, 옥시토신 한방이면 바람기가 싹 없어지는 그런 세상이 머지않았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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