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리 열풍(熱風)
의리 열풍(熱風)
  • 민병률 <청주상당경찰서 생활안전과 경위>
  • 승인 2014.07.28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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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 포럼

민병률 <청주상당경찰서 생활안전과 경위>

의리(義理), 요즈음 대한민국을 휩쓸고 있는 최고의 키워드이다.

배우 김보성이 한 음료회사의 광고에서 쌀가마니를 후려치며 “우리 몸에 대한 의리, 신토부으리~, 항아으리(항아리)”를 외치고 아메으리카노(아메리카노), 모라으리자(모나리자) 등 세상 모든 것에서 의리를 찾아내 이른바 의리 패러디가 쏟아지더니 월드컵 응원 구호에서조차 “대한민국 빅토~으리” 였다니 가히 그 의리 열풍이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그런 월드컵에서 우리나라는 16강 탈락의 아픔을 맛보며 아이러니하게 ‘으리’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는데 이는 선수들의 기량과 컨디션보다는 감독의 친분이 선발의 조건이 되었다는 것인데, 사실이라면 대표팀 감독은 대한민국 국민이 그토록 목청껏 외치며 승리를 염원했던 “대한민국 빅토~으리”를 배신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의리’ 신드롬의 사회적 현상은 기실 불신으로 꽉차있는 시대의 반작용으로 나타나 오히려 ‘의리 없는 시대’ 를 반증하고 있는 것이며, 이러한 일들은 얼마전 종영한 드라마 ‘정도전’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그는 조선 개국공신으로 한 평생을 호위호식하며 여생을 보낼수 있었음에도 요동정벌이란 민족적 거사뿐 아니라 민본의 시대 백성이 주인인 세상을 만들기 위해 기득권 세력들과의 끊임없는 갈등을 감수하다 결국 주군 이성계의 아들에게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이러한 정도전의 개혁과 혁명이 조명받기보다는 오히려 포은 정몽주의 ‘두 임금을 섬기지 않는(不事二君)’ 정신, 즉 ‘의리’에 열광하고 주목받는 것 또한 이 시대를 반영하는 것에 다름 아닐 것이다.

본래 의리의 사전적 의미는 ‘사람으로서 마땅히 지켜야할 도리’라는 뜻이다.

즉 믿음·신뢰로 ‘당신이 갖고 있는 나에 대한 믿음을 져버리지 않겠다’ ‘나는 당신에 대한 책임을 져버리지 않겠다’는 메시지가 그 ‘의리’안에 들어 있는 것인데, 선장이 배를 버리고 제일먼저 도망가는 현실을 목도한 국민들이 ‘의리’를 갈망하며 그 의리에 열광하는 것은 어찌보면 오히려 자연스러운 현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침몰한 세월호 선장과 승무원들은 자신들의 치부가 속속 드러나고 있음에도 오히려 잘못을 부정하며 제 살길을 찾고 있을 때 김보성씨는 1000만원, 그것도 대출을 받아서 유가족의 위로금으로 내놓았다니 우리는 그의 ‘의리’에 혀를 내둘리게 된다.

출근길 라디오의 한 시사프로그램에서 들었던 인터뷰에서 김보성씨는 ‘의리’ 를 이렇게 정의했다.

“1단계는 친구와의 의리, 2단계는 공익과의 의리, 3단계는 나눔의 의리다.”

작금의 화두인 ‘의리’ 즉 사람이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만 지켜도 온전한 사회가 될 것임에도 이 어수선한 세상을 보고 있자니 우리는 마땅히 지켜할 도리마저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살고 있는 듯 하다.

불현 듯 부끄럽다는 생각이 든다. 친구와의 의리를 지키기 위해 주식을 처분하지 못하고 빚더미에 올라서 아직도 그 빚을 감당하고 있는 처지에 1000만원, 그것도 대출을 받아서까지 의리를 지키고자 했던 김보성씨 삶의 철학을 보면서 더 없이 부끄러워 진다는 것이다.

이제 지천명(知天命)이다. 하늘의 뜻을 아는 나이임에도 지금껏 힘들고 어려운 주변을 살펴보지 못한 것 같다.

한 연예인이 주장하는 ‘의리’의 의미를 곱씹어 보며 나눔의 의리로 세상과의 의리를 지켜, 그래서 모든 이들의 ‘의리’ 가 하나둘 뭉쳐 이 어수선한 세상을 환히 밝혀주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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