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살이 불안하다 해도
세상살이 불안하다 해도
  • 김기원 <시인·문화비평가>
  • 승인 2014.07.24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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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원의 금요편지
김기원 <시인·문화비평가>

2014년 3월 8일 승객 239명을 태우고 중국 베이징으로 향하던 말레이시아항공 소속 여객기가 기수를 돌려 호주 쪽으로 향하던 중 사라졌다.

국제적인 공조와 현대 과학을 총동원해 찾고 있는데도 아직 생존자는커녕 기체도 찾지 못한 채 희대의 미스터리로 남아있다.

그로부터 한달이 지난 4월 16일 오전 8시 48분쯤 대한민국 진도군 조도면 부근 해상에서 인천발 제주행 국내선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했다.

단원고등학교 2학년 학생 325명과 선원 30명 등 총 476명 탑승자 중에서 구조된 자는 172명에 불과하고 배에 갇힌 304명은 단 한명도 살아 돌아오지 못했다.

대한민국의 총체적 부실이라는 부끄러운 자화상 앞에 국민 모두가 울었다.

다시 두달이 지난 6월 21일 휴전선 철책을 지키던 임모 육군병장이 GOP에서 동료 장병들에게 총기를 난사해 5명이 죽고 7명이 부상을 입었다. 임 병장을 체포하는 동안 민간인들은 대피처에서 불안에 떨었고 자식을 군에 보낸 부모와 국민들은 낙심했다.

또 다시 한달이 지난 7월 17일 말레이시아항공 보잉 777 여객기가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서 미사일에 격추돼 승객과 승무원 298명 전원이 사망하는 어처구니없는 사고가 또 발생했다.

전쟁이란 미명하에 죄의식 없이 자행되는 폭력 앞에 세계인들은 또 다시 치를 떨며 비탄에 빠졌다.

위 네 사건은 불안한 삶의 극단적인 예에 불과하다.

멀쩡하게 달리던 지하철이 어두운 터널에서 멈춰서고, 마주오던 열차가 신호 오작동으로 충돌해 많은 사상자를 내고, 대낮 도심에서 고삐 풀린 소에게 들이받혀 죽임을 당하기도 하고, 길거리에는 묻지마 범죄가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다.

이처럼 온통 불안한 세상 속에서 지금 내가 살고, 네가 살고, 우리가 산다.

불안의 사전적 의미는 마음이 편하지 아니하고 조마조마함, 분위기 따위가 술렁거리어 뒤숭�!�, 몸이 편안하지 아니함이다. 유의어로 공포, 불안전, 애태우다, 조마조마하다, 걱정스럽다 등이 있다.

당연히 불안의 반대말은 안전, 안녕, 평안이다. 안전하지 못하니 불안하고, 안녕하지 못하니 불안한 것이다. 원래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이므로 미래에 대한 불안과 불확실성을 내재하고 산다.

쓰나미나 지진 같은 천재지변과 예기치 못한 사건 사고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는 실체적인 불안과, 하늘이 무너질까 걱정하는 정신병적인 불안이 있다.

그러나 대개는 세월호처럼 돈을 더 벌려고 불법개조하거나. 과적하기 위해 평형수를 빼냈거나, 닦고 조이고 기름 쳐야 하는 기본을 지키지 않았을 때 오는 불안이 훨씬 많고 크다. 의무와 책임을 성실히 수행하면 당당하고 떳떳한데 대충하면 어딘가 모르게 찜찜하고 불안한 것이다.

설마 나는 괜찮겠지, 이 정도는 괜찮겠지 하는 괜찮겠지 병이 화를 부른다. 스스로 불안을 제조하고 키우는 것이다. 불법과 비리를 저지르면 불안해진다. 설사 완전범죄를 저질렀다 하더라도 마찬가지다.

신의를 저버리면 불안해진다. 대중에는 철면피들도 있긴 하지만 그들도 일말의 양심이라는 게 있어서 어쩔 수 없이 불면의 밤을 보내야 한다. 돈 많은 사람은 돈 때문에, 권력을 가진 자는 권력 때문에 불안해한다. 돈의 위력과 권력의 위력을 맛본 자일수록 상실의 불안 또한 크기 때문이다. 잘못을 저지르면 참회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불안을 없애는 지름길이다.

종교적인 참회든, 자신의 양심에 호소하는 참회든 참회는 모두 아름답고 거룩하다. 참회의 눈물은 힐링을 주고, 상처 난 정신에 새살을 돋게 하는 묘약이 된다.

일상에서 자유로우면 불안할지라도 세상은 여전히 아름답고 살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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