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매기에게 나는 법을 가르쳐준 고양이
갈매기에게 나는 법을 가르쳐준 고양이
  • 김주희 <청주 수곡중학교 사서교사>
  • 승인 2014.07.24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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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권하는 행복한 책읽기
김주희 <청주 수곡중학교 사서교사>

우리에게는 조금 낯선 칠레 출신 작가 루이스 세뿔베다의 책 ‘갈매기에게 나는 법을 가르쳐준 고양이’를 동료 교사들과의 독서모임에서 처음 만났다. 책 중간 중간이 예쁜 칼라 삽화로 장식되어 있어 부담 없이 집어들 수 있고, 우화의 형식을 빌어 간결한 문체로 쓰여 있어 책장이 아주 잘 넘어간다.

“왼쪽에 청어 떼다!” 고기 떼를 찾으며 주위를 정찰하던 갈매기들의 외침. 그리고 선두의 하강지시에 일제히 바닷속으로 돌진하는 갈매기들. 그러나 기름으로 시커멓게 오염된 바닷물을 온몸에 뒤집어쓴 갈매기 켕가. 켕가는 간신히 바다를 빠져나오긴 했지만, 고양이 소르바스에게 자신의 알을 부탁하고는 숨을 거둔다.

고양이들은 새끼를 낳아 기르기 때문에 알이 어떤 과정을 거쳐 새가 되는지 전혀 알지 못하지만, 자신들을 찾아온 이 낯선 존재를 위해 고군분투하기 시작한다. 공동체의 현자를 찾아가 조언을 구하고, 백과사전을 뒤져가며 알이 부화되는 법을 익히고, 알을 품고, 태어난 갈매기에게 적당한 먹이를 찾아주고, 마침내 비행법을 가르치는 것까지.

내가 아닌 다른 존재를 받아들일 줄 알고 타인과 소통하며 더불어 살아가는 고양이들의 지혜로운 모습은 자본주의의 탐욕스러움에 젖어 눈앞에 보이는 이익만을 추구하는 우리들의 일그러진 모습을 되돌아보게 한다. 개인이 당면한 어려움을 개인의 문제가 아닌 공동체 전체의 문제로 여기고 공동체 전체가 나서서 적극적으로 해결책을 찾아가는 모습도 감동적이다. 또한 고양이들이 새끼 갈매기를 날 수 있게 하는 방법을 알고 있는 사람으로 지목한 사람이 저명한 생물학자도 아니고, 비행전문가도 아닌 남루한 시인이라는 점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우리는 인간의 이성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의 방법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우리가 겪는 삶의 어려운 문제들은 합리성보다는 이성을 뛰어넘는 영혼의 문제와 연결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새끼 갈매기는 이미 태어날 때부터 비행을 하는데 필요한 모든 물리적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새끼 갈매기가 비행을 하는데 필요한 것은 조정법이 아닌 곡예사의 용기와 기다림이었다.

‘…고양이 소르바스는 그곳에서 밤하늘을 세차게 가르며 날고 있는 새끼 갈매기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 순간에는 빗물인지 눈물인지 모르는 액체 방울들이 하염없이 흐르고 있었다. 몸집이 큰 검은 고양이의 노란 눈에서. 고결하고 숭고한 마음씨를 지닌 고양이의 눈에서.’

한 학교에서 독서모임을 시작한 동료 교사들은 지금 전국 각지로 흩어져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그동안 독서모임의 이름은 그냥 독서모임이었지만 회원들이 전국으로 흩어지는 바람에 모임의 지속력과 결속력을 다지고자 이름을 지었다.

‘소르바스’나와 다른 존재를 이해하고 사랑할 줄 알며, 조화로운 공동체 생활을 영위하는 고결하고 숭고한 마음씨를 지닌 고양이의 이름. 그리고 각박한 학교 현장이지만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 가장 소중히 여겨야 할 가치라는 것을 가르치는 교사들의 독서모임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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