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는 세상
연잎에 떨군 물방울이 맑은 구슬로 또르륵 굴러가는 것은
연잎에 스며들지 않도록 제 몸 고요하게 껴안았기 때문이다
오직 꽃 피울 생각에 골똘한 수련을 건들지 않고
그저 가볍게 스치기만 하려고 자신을 정갈하게 말아 쥔 까닭이다
그러나 물방울의 투명한 잔등 속에는
얼마나 많은 그리움의 포자들이 출렁거렸는지
수 만 갈래로 흩어지려는 물길을 달래며 눈물의 방을 궁굴려 왔는지
깨끗하다는 말 속에 숨은 외로움은 왜 그리 끔찍했는지
물 위에 닿는 순간 물방울은 잠시 흔들렸던 세상을 먼저 버리기 위해
온 힘을 다해 부숴진다 흔적 하나 남기지 않는 가장 아픈 방법으로
※ 소낙비가 한 차례 지나간 자리, 연잎 위로 동글게 말아 쥔 물방울이 눈길을 끕니다. 그리움일 수도, 외로움일 수도 있는 심적 거리가 투명한 방울 속에 정갈하게 깃들어 있습니다. 마른 장마 끝에 마주친 적요의 눈빛이 참 좋은 하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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