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종 연구에 관심을 갖자
육종 연구에 관심을 갖자
  • 이형모 기자
  • 승인 2014.07.21 18: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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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이 달초 충북도 농산사업소 옥수수 육종포장을 찾은 일이 있다. 마침 육종포장이 진천에 있어 후배의 얼굴도 보고 연구성과도 확인해 보기 위해서였다. 7월의 무더위에 옥수수와 씨름하고 있던 후배는 땀에 흠뻑 젖어 있었다. 일손이 부족하다고 출근길에 데리고 나온 집사람까지 나에게 소개했다. 

옥수수밭에는 알수 없는 번호표가 고랑마다 붙어 있고 봉지씌우기 작업이 한창이었다. 후배는 얘기를 하면서 잠시도 일손을 놓지 않았다. 그러면서 자신의 연구 성과를 열심히 나에게 설명했다. 무슨 말인지 설명을 들으면서도 알아듣지 못하자 옥수수를 직접 가리키며 얘기를 이어갔다. 

한눈에 보기에도 옥수수대의 크기가 모두 달랐다. 알맹이가 가득찬 옥수수가 있는가 하면 듬성듬성 있는 옥수수를 쉽게 알아 볼 수 있었다. 종자 연구 10년만에 새로운 품종의 엄마가 될 옥수수를 올해 선정한다는 것이다. 내년에 아버지 품종을 선정하면 비로서 새로운 품종이 탄생한다는 설명도 했다. 

그랬던 후배로부터 며칠 뒤 갑자기 전화가 걸려왔다. “형님 큰일 났어요. 연구를 더 이상 못하게 생겼어요” 갑작스런 전화에 나도 적잖이 놀랐다. 무슨 이유냐고. 후배의 말은 연구사 중 한명이 이번 도청 인사에서 다른 곳으로 옮겨 갈 것 같다는 내용이었다. 

부랴부랴 도청을 출입하는 선배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내용을 알아봤다. 도청에서는 농산사업소 직원 한명을 빼 다른 곳으로 보내고 다른 한명을 충원하기로 했다는 것. 후배가 뭔가 잘못 알고 부산을 떨었나 싶은 생각을 했다.  

결국 연구사 두 명이 다른 곳으로 옮겨가고 대신 팀장급 연구사 1명과 행정직 1명이 충원됐다. 후배 입장에서는 당장 연구에 지장을 받을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과 오죽 마음이 급했으면 집사람까지 밭으로 데리고 나와 일을 시켰을까하는 생각에 하루 종일 마음이 무거웠다. 종자 연구의 중요성에 대한 윗분(?)들의 인식이 부족한 것은 아닌가 하는 현실도 못내 아쉬웠다. 

신품종 종자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10년이상의 긴 연구기간이 필요하다. 지속적인 투자와 지원이 절실한 이유다. 그런데 연구 환경은 열악하기 짝이 없다. 연구원이 부족하고 투자와 지원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연구원들이 하루에도 수 십번 연구를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새 품종은 결코 그냥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후지’라는 사과는 무려 29년, ‘금싸라기’ 참외는 17년의 어려운 산고를 거쳐서 세상에 태어났다. 현재 모든 품종들은 최소한 7~8년, 그리고 과수의 경우는 수십 년 동안 전문가들이 방대한 경비를 투자해 연구한 끝에 태어난 피와 땀의 결정체이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식물 육종 가치의 중요성을 재인식하고 투자와 지원이 계속되기를 간절히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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