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소여 효과
톰소여 효과
  • 양철기 <충북학생외국어교육원 연구사·박사·교육심
  • 승인 2014.07.21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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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으로 보는 세상만사

양철기 <충북학생외국어교육원 연구사·박사·교육심리>

몇 주 전 서울을 방문한 유럽의 교육학자 몇 분과 초등학교 교실을 방문했다. 그들이 여러 교실을 둘러보고는 무심코 내뱉는 말을 들었다. “음, 아직도 스키너리즘(Skinnerism)이 지배하고 있군” 교실 곳곳에 붙어 있는 모둠별 보상 스티커, 개인별 행동 체크리스트 등을 보고 한 말이다.

미국의 행동주의 심리학자 학자인 스키너(1904-1990)는 동물을 이용한 학습실험(스키너 상자)으로 유명하며, 인간행동을 자극-반응 관계로, 인간행등의 동기를 외재적(보상-벌)으로 설명을 했다. 그의 이론은 우리 사회 전반에서 상식으로 통용되고 있다.

21세기에 과연 사람들을 움직이게 하는 동기는 무엇일까?

미래학자 다니엘 핑크는 ‘드라이브-진정한 동기’란 책에서 동기 3.0을 소개하며 내재적 동기를 강조한다. 그는 생존을 위해 움직였던 것을 ‘동기 1.0’, 20세기 규칙위주의 기계적인 일에 대한 외적보상과 처벌(당근과 채찍)로 움직였던 것을 ‘동기 2.0’, 창의적인 일을 하는데 있어서는 내적동기가 중요하고 이걸 ‘동기 3.0’으로 규정했다.

마크 트웨인의 ‘톰소여의 모험’에서 톰은 250m에 달하는 폴리 이모의 울타리를 칠해야 했다. 힘든 일 앞에서 톰은 절망한 찰나에 ‘기발하고 특출한 영감’을 떠올린다. 마침 친구인 벤이 톰의 불쌍한 운명을 비웃으며 지나가자 톰은 벤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것처럼 콧노래를 부르며 페인트칠에 열중하는 것처럼 행동했다. 울타리 칠하기란 환상적인 특권, 즉 내재적 동기의 원천이라고 했다. 벤이 톰의 말에 홀딱 넘어가서 자기가 칠을 해봐도 되냐고 애걸하는데도 톰은 거절했다. 결국 벤은 먹고 있던 사과까지 주면서 칠할 기회를 따냈다. 다른 아이들도 모여 들어 톰 대신 울타리를 칠하게 됐다. 이런 현상을 ‘톰소여 효과’라고 부르는데 이는 부정적인 면(보상을 주면 놀이가 일로 변할 수 있음)과 긍정적인 면(내재적 농기에 의하면 일이 놀이로 변할 수 있음)이 있는데 이는 ‘동기 3.0’을 이야기 하고 있는 것이다.

학생에게 문제를 풀 때마다 돈을 주겠다고 제안하면 그 학생은 쉬운 문제에만 매달릴 것이고 장기적인 학습량이 줄어들게 된다. 단기적인 보상이 장기적인 학습동기를 몰아내는 것이다. 사람들은 외적 보상이 두드러지는 환경에서는 보상을 유발하는 지점까지만 노력하고 그 이상을 애쓰지 않는다.

1990년대 열린교육의 열풍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열린교육을 열정적으로 이끌던 그들에게 보상이라는 것은 그저 자신들이 좋아서 한 것이었다. 학생들의 바람직한 변화 그 자체가 보상이었다. 그러나 그들에게 외적인 보상(승진, 교육청 근무 등등)이 주어지기 시작했을 때 열린교육의 추진 동력은 점차 힘을 잃어갔다.

외재적 보상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다만 외재적 동기부여 방식(당근과 채찍)은 규칙적이고 기계적이며 단순한 분야 등 좁은 범위에서만 적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If-Then(만약 이것을 하면 저것을 주겠다)식 보상은 자칫 내재적 동기를 축소시켜 성과와 창의성 심지어 고결한 행동까지 파괴할 수 있다. 보상은 행동의 의미를 바꿔버리는 행동연금술 같은 것이다. 보상이 있기에 흥미진진했던 일이 틀에 박힌 지루한 업무로 변형될 수 있다. 즉, 놀이가 일이 될 수 있다.

학교에서 이뤄지는 수많은 활동은 전문적이고 창의적인 과정이다. 외재적 동기유발에 너무나 익숙한 우리의 교실은 이제 21세기의 발견·창의적 환경을 맞이하여 선택을 해야한다. 지금까지의 과학적 연구결과에 귀 기울이고 관행적 행동을‘동기 3.0’으로 업그레이드 시켜야 한다. 교육구성원과 무엇보다도 학생들이 ‘일(공부) 자체에 대한 재미’를 추구할 수 있는 내재적 동기를 유발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더운 여름날 휴가지에서 다니엘 핑크의 ‘드라이브’와 마크 트웨인의 ‘톰소여의 모험’을 다시 읽어 봄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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