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眼) 안에 아름다움이 가득하다
눈(眼) 안에 아름다움이 가득하다
  • 김낙춘 <충북대학교 명예교수·건축가>
  • 승인 2014.07.15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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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 포럼

김낙춘 <충북대학교 명예교수·건축가>

인간이 살아가면서 해야 할 일 중 가장 보람된 삶은 행복과 함께 아름다운 만남을 끊임없이 만들어가는 일이다. 아름다운 만남이란 어떤 것인가? 평생 삶을 이어가는 동안 얼마나 많은 아름다운 만남이 있었을까? 이제 와 곰곰이 기억을 헤아려보니 많은 것 같았는데 그렇지도 않음을 알게 된다.

어느 때고 누군가와 아름다운 만남을 통해 마음을 꺼내어 진실을 이야기하고 함께 나눌 수 있다는 것은 크나큰 축복이다.

누군가를 만나 어려우면 어려운 대로, 기쁘면 기쁜 대로 함께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성공적인 인생을 살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많고 많은 세월이 지난 후 어느 갠 날 오후다. 어느 때인가 어디에서든가 들어봄 직한 떨림소리를 듣는다.

‘안녕하세요? 조 성 범이에요’ 30여년이 지나서야 받아보는 제자의 전화다. 거의 잊히었든 그의 이름과 얼굴을 맞춰가며 떨림소리를 반겼다.

그 이후 여러 날 지나서 조성범 시인의 첫 번째 시집(詩集) ‘빛이 떠난 자리 바람꽃 피우다.’ 책자와 함께 그의 시편(詩篇)을 받아본다.

 

스승님

삼각산 오르니 언덕이 멀어

백운을 내리려 벼랑에 서서

골바람 가슴 팔에 껴안으려

백발성성 머리카락 차오르나

북한산에서 산행을 하는 젊은 일행을 만나

찬바람 타서 비탈에서 농주 들이키고 있는데

젊은 일꾼들이 교수를 모시고

근처에 머무르니 몇 마디 던지다가 시집 두 권을 드렸습니다.

눈빛이 산을 닮은 사람들

가방에 책을 두서너 권 갖고 다니다가

좋은 향기 만나면 드립니다.

산이 향기라 했습니다.

교수님은 공부 하느라 바빠서 산을 오기가

교수님은 저의 꿈이었습니다.

사랑합니다.

-존경하는 김 낙 춘 교수님께 올립니다.

 

만남과 그리움이 묻어나는 아름다운 시어(詩語)다. 내가 그의 꿈이었고 그리고 사랑한다니. 고맙고 감사하다.

건축을 전공한 그가 건축가가 아닌 시인이 되었다니 신통하기도 하고 자랑스럽다.

그의 시어(詩語)는 가슴에 녹아든 물감이다. 시(poem)와 건축(architecture)이 어우러진 그림이 되어 아름다운 모습으로 다가왔다.

지난날 그와의 추억을 떠올리며 겨울 내내 소진된 온기가 되살아나는 봄볕을 안고 열정과 혜안(慧眼)을 지닌 옛 제자에게 가까이 다가가고 싶어 온종일 걸었다.

서울 하늘 아래 북한산이 어디쯤일까 보기 위해 청주(淸州) 언덕에 올랐다. 언덕에 오르니 눈(眼) 안에 녹아든 아름다움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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