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릿함을 즐길 줄 아는 여자(2)
짜릿함을 즐길 줄 아는 여자(2)
  • 김영미 <청원군 문화관광 해설사·수필가>
  • 승인 2014.07.13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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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해설사에게 듣는 역사이야기

김영미 <청원군 문화관광 해설사·수필가>

우리나라에도 생수로 잘 알려진 에비앙이 있다. 1878년 프랑스 정부로부터 공식 판매 허가를 받아 상품화된 물이다. 에비앙이란 도시는 물과 관련된 관광 상품으로 유명해졌다. 신장결석을 앓던 프랑스의 레쎄르 후작은 요양을 위해 친구 까샤를 찾아갔다. 까샤가 소유하고 있는 샘물을 매일 마시고 몇 개월 후 자신의 신장 결석이 치료되었음을 알게 되었다.

후작은 에비앙 마을의 지하수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일반적으로 유럽지역의 물은 석회질이 함유되어 있는데 비해, 에비앙이 위치한 알프스 산자락 아래의 마을에서는 우리의 약수와 같은 깨끗한 물이 나온다. 이것은 알프스 산맥을 통해 산에 내린 눈과 비가 자연 필터층을 통과해 걸러져 나오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한다. 연구결과 미네랄 등 인체에 유익한 성분이 다수 함유되어 있어 소화불량과 신장질환에 효과가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이런 거짓말 같은 이야기가 사람들의 입소문을 통해 유명해지면서 에비앙은 100년 이상 세계 1위의 생수업체로 명성을 떨치게 되었다. 우리가 여기서 기억해야 할 것은 에비앙이란 도시가 휴양도시로 거듭날 수 있었던 것은, 물을 팔아 번 돈을 에비앙이란 도시에 재투자했다는 점이다.

초정약수는 세계가 인정한 3대 광천수가 아닌가. 그럼에도, 에비앙의 지하수보다 못할 것이 무엇인가. 그리고 신장 결석을 치유했다는 프랑스 후작의 스토리보다 훨씬 더 피부에 와 닿는 그 유명한 세종대왕의 스토리를 우리는 갖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과학적인 한글을 만들어 낸 왕의 스토리와 세계 3대 광천수라는 것만으로도 초정약수의 가치는 충분하지 않을까. 초정은 지금까지도 그저 한낱 작은 시골마을일 뿐 유명세를 타지 못하고 있다.

우리 지역만의 독특한 이런 스토리와 아이템이라면 충북의 관광을 좀 더 활성화 시킬 수 있지 않을까. 초정 가까이엔 3ㆍ1운동의 필두로 나섰던 의암 손병희 유허지가 있다. 그리고 예술가의 혼을 느낄 수 있는 운보 김기창 화백이 말년을 보냈던 운보의 집도 있고 상당산성 휴양림도 있다. 가족 단위 휴양지로 손색이 없고 청주 국제공항을 중심으로,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도 좋은 여건을 갖고 있지만 충북 관광은 늘 뒤처지고 있다. 이러한 스토리와 역사가 있음에도 이목을 끌지 못하는 현실이 해설사의 한 사람으로서 정말 속이 탄다.

해마다 세종대왕 초정약수 축제가 열리고 있지만 지역 축제로 끝나고 있어 아쉽다. 다른 축제와 뭔가 차별성이 있어야 초정이라는 마을도 빛이 나고 초정약수도 살아날 것이다. 주변의 음료공장과 대형 목욕탕의 과잉 채취로 인해 지금은 탄산수의 양도 많이 줄고 있다. 그리고 지표수가 흘러드는 등 초정약수 본래의 독특한 맛이 감소되고 있다고 한다. 물의 관리도 철저히 해야 하겠지만 더불어 친환경적인 관광지로 거듭나야 하지 않을까 싶다. 호기심으로 한 번 찾아온 관광객들이 거듭 방문을 할 수 있도록, 뭔가 남다른 노력과 초정리 광천수를 세계의 에비앙으로 만들 마케팅이 필요한 시점이 바로 지금이리라.

30도를 오르내리는 날 땀을 흠뻑 흘리고 광천욕을 하러 갔다. 시원한 탄산수를 한 모금 마신다. 입 안 가득 톡 쏘는 맛이 전해지면서 갈증도 사라진다. 살며시 탕 안으로 발을 들여 놓는다. 짜릿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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