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하게 관운없는 사람… 재선 군수 되다
지독하게 관운없는 사람… 재선 군수 되다
  • 권혁두 기자
  • 승인 2014.07.13 18: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영만 옥천군수의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
△ 도전적 청년시절
고등학교 2년때 전교회장 당선
대학정치학술세미나서 최우수상도

△ 정계 입문
사회당 후보로 첫 국회의원 출마 '고배'
박준병 전 의원 보좌관 맡으며 컴백
도립대 유치 등 굵직한 지역현안 해결

△ 민선6기 옥천군수
‘주민이 만드는 대한민국 자치1번지’
주민 소통·화합행정 펼쳐 재선 영예

재선의 김영만 옥천군수는 민선6기 업무를 시작한 지난 2일 ‘멸사봉공(�-芮穰�)’의 각오를 밝힌 ‘취임선서’로 취임식을 대신했다. 다른 지자체와 달리 외부 사람은 초청하지않고 직원들만 참석한 간략한 행사로 취임을 알렸다. 대신 점심시간에 노인복지관을 찾아가 식당을 찾은 어르신들을 위해 배식활동에 나섰다. 낮은 자세로 군민을 섬기고 군민의 행복 추구에 심혈을 쏟겠다는 의지를 다지는 자리였다. 허식과 과시를 싫어하고 실질과 겸손을 중시하는 그의 우직하고 소박한 성품이 묻어나는 대목이다. 부침이 반복되는 굴곡진 길을 걸어온 그의 삶에서도 원칙과 소신에 충실한 기질이 그대로 드러난다. 

◇ 도전적 기질은 즐기던 운동에서

김 군수는 옥천군 옥천읍 대천리에서 5남3녀 중 막내로 태어났다. 한전에 근무하던 아버지는 호방한 성격답게 자녀들도 자유분방하게 키웠다. 어려서부터 운동을 좋아했던 김 군수는 초·중학교 시절 씨름과 육상, 체조 선수로 활약했다. 도전적이고 정면승부하는 기질은 운동을 즐기던 이 때부터 싹을 틔웠다.

대전 보문고에 진학해 세상에 눈을 뜨기 시작하면서 운동보다 학업에 주력했다. 2학년때 전교학생회장에 당선돼 일찌감치 정치적 역량을 과시하기도 했다. ‘열공’끝에 고려대 정치외교학과에 합격해 지방이라는 우물을 벗어난다. 대학에서는 토론동아리 활동에 열을 올리며 시국을 비판하고 정치를 질타했다. ‘민주화’라는 말조차 금기였던 시절이었다. 1973년 전국대학 정치외교 학술세미나에서 최우수상(서울대총장상)을 받으며 운동권에 이름을 알렸다. 이 때 부친을 잃는 아픔을 겪었다. 경제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힘든 시기를 맞았지만 학업에 대한 열정으로 어려움을 극복했다.

◇ 학원 강사에서 정치인으로

대학 졸업 후 무역회사에 잠시 근무하다 귀향해 외무고시를 준비했지만 문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1978년 교사로 재직하던 부인(유재숙 여사)을 만나 결혼하면서 외교관 꿈은 가장이 져야할 책임감에 밀려났다. 고시준비를 접고 대전에서 대입학원 강사로 일했다. 1981년 중앙정계의 콜을 받은 그는 학원강사에서 정치인으로 변신한다. 사회당 충북지구당 위원장을 맡아 11대 국회의원 선거(보은·옥천·영동)에 출마했지만 낙선했다. 다시 학원으로 돌아갔다가 12대 선거에 출마한 5공 실세 박준병 전 의원의 보좌관을 맡아 컴백한다. 민정당 사무총장 등 요직을 전전한 박 의원을 보좌하며 정치를 배우고 한편으로 고향 발전에도 기여했다. 충북과학대학 설립, 조폐공사 유치, 장계관광단지 조성 등 굵직굵직한 당대의 현안들이 그와 박 의원을 거쳐 차례로 성사됐다. 박 의원 보좌관을 맡던 기간 그가 처리한 지역민원은 7000여건에 달했다고 한다.

◇ 충북도의회 전문위원과 지방서기관

김 군수는 6·29선언 후 잠시 정계를 떠났다가 4년후 충북도의회 전문위원으로 임명되며 정치와의 인연을 이어간다. 2002년까지 10여년간 전문위원으로 활동하며 경북 용화온천 개발 저지와 오송역 유치 등 충북발전사에 획을 긋는 현안 해결에 공헌했다. 이때 대통령 표창도 받았다. 주경야독으로 얻은 석사 학위와 전문위원의 이력을 바탕으로 그는 지방행정직 서기관(4급)에 특채된다. 평생이 보장되는 고급공무원의 길이 열린 것이다.

◇ 또 올려진 정치 시험대

2002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고심에 고심을 거듭한 그는 서기관 자리를 박차고나와 다시 정치 시험대에 자신을 올렸다. 여당 공천을 받아 옥천군수에 출마했지만 1600표차로 눈물을 흘렸다. 도의원으로 자세를 낮춘 2006년 선거에서도 패하며 지독하게 관운이 없는 사람이라는 동정까지 받아야 했다. 정치는 2010년에야 그에게 문을 열었다. 당시 지역정치를 쥐락펴락하던 이용희 전 국회의원의 든든한 후원을 받으며 자유선진당 후보로 도의원에 출마한 것. 여론조사는 압도적이었고 지역에서도 ‘이번만큼은 김영만을’이라는 분위기가 대세를 이뤘다.

◇ 대타로 대역전극 펼쳐

그러나 선거 막판 선진당 소속 현역 군수가 도중 하차한 후 군수후보로 차출되면서 이 절호의 기회는 무산되는 것처럼 보였다. 도의원 준비에만 매달려온 그에게 확대된 전선은 감당하기 어려웠고, 전 후보의 불미스러운 낙마로 당의 인기도 급락하고 있었다. 무일푼이나 다름없는 얄팍한 재정도 약점이 됐다.

그러나 판세는 반전됐다. 능력이나 재력보다 가난하지만 사소한 구설수 하나없이 반듯하게 살아온 점이 주목받기 시작했고, 적어도 군민으로부터 위임받은 책무를 배신할 사람은 아니라는 인간적 평가가 유권자들을 움직였다. 그는 대역전극을 일궈냈고 정치와 연을 맺은지 30년만에 첫 승을 올렸다.

◇ 재선의 영예

김 군수는 ‘대한민국 자치 1번지, 주민이 만들어 가는 옥천’을 모토로 내걸고 소통과 화합의 행정을 펼쳤다. 주민참여 예산제와 군정 배심원제 등을 도입해 주민 참정권을 획기적으로 확충했다. 도내 지자체 가운데 유일하게 2년 연속 한국 매니페스토의 민선5기 기초단체장 공약이행 평가에서 최우수(SA) 등급을 받았다. 옥천~금산 국도 37호선을 조기 개통하고 옥천의료기기농공단지는 조성 2년 만에 100% 분양을 완료하는 실적을 거뒀다. 유권자와의 약속을 실천해 믿음을 쌓고 가시적 성과로 실무능력까지 평가받은 그는 이번 선거에서 새누리당으로 옮겨가 재선의 영예를 누렸다.  

◈ "지역발전·화합 위해 최선"

힐링 1번지·제2 의료기기단지 조기 완성 추진
임대주택 확대 공급 … 제안사업 타당성 검토 중
투명한 공약이행 평가… 공약실천 관리조례 준비

-가장 역점적으로 추진할 사업은.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인 ‘힐링1번지 사업’과 ‘제2의료기기단지 조성사업’의 조기 완성, ‘군서 도시첨단산업단지’ 지정, 임대주택 공급 등이다.

376억원이 투입되는 힐링1번지 사업은 ‘休-forest사업’으로 명칭을 변경했다. 지난해 10월 기본계획을 주관부서인 산림청에 제출했으며 현재 기획재정부가 예비타당성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고있다. 오는 2017년까지 예산을 확보해 마무리할 생각이다. 제2의료기기단지 조성사업은 현재 충북개발공사가 중앙 투융자 심사를 위한 사업시행계획 용역을 발주하는 등 세부계획을 진행하고 있다. 이시종 지사로부터 지원 약속을 받은만큼 차질없이 추진될 것으로 확신한다.

군서첨단산업단지는 타당성 용역에서 경제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전권과의 상생 발전을 위해 대전권 국회의원들과 공동으로 산업단지 지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임대주택 확대 공급은 국가정책과 경제환경 변화로 어려움이 컸는데 최근 임대주택 건설에 의향이 있는 사업자로부터 사업제안서가 제출돼 타당성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좋은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

신성장동력산업으로 추진 중인 태양광 사업은 7~ 10년후 손익분기점에 도달하기 때문에 개인이 투자하기에 무리가 있다. 우선 읍·면 주민자치위를 통해 2~3개 시범사업을 추진한 후 점차 확대하겠다. 농어촌공사와 민자 유치를 놓고 협의도 하고있다.

-공약은 어떤 방식으로 추진하나. 

△선거기간 군민께 약속했던 공약과 상대 후보는 물론 군의원, 도의원 후보들의 공약까지 포함해 타당성 및 가능성을 검토하고 148개 공약을 선정했다.

이들 공약은 지난달 군 홈페이지를 통해 군민들께 공개했고 주민토론회를 거쳐 여론도 수렴했다. 이달 중순경 최종 확정해 군민에게 가장 필요한 공약부터 바로 착수하겠다. 군수의 공약이행을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평가하기 위해 ‘공약실천 관리조례’를 제정할 생각이다. 전국 기초단체 중 첫 사례가 될 것이다.

-군민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다시 한번 고향에 봉사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 군민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땀과 열정으로 보답하겠다.

선거 과정에서 생긴 갈등과 앙금을 모두 씻어내고 지역발전과 화합을 위해 지혜를 모으고 협력해야할 때이다. 모두가 행복한 옥천을 만들어 가는 길에 힘을 모아 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