탱자나무
탱자나무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4.07.09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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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는 세상
맹문재

해일처럼 밤이 몰려와도 탱자나무는 어깨를 풀지 않는다 
 
무서운 기색 없이 전선을 응시하고 풍자를 모르는 자세로
진지를 구척한다 
 
황사도 태풍도 경적도 저 견고한 진지를 뚫지 못하리라 
유언비어도 명령도 저 거대한 발밑에 깔리리라
 
탱자나무는 패배를두려워하지 않고 전진한다
 
불패의 칼도 뽑았다
 
퇴각하지 않겠다는 증표로 온몸을 가시로 무장했다
 
※ 언어는 다르지만 몸으로 보여주고, 몸으로 말하는 나무도 사람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울울창창 초록을 한가득 쓸어안고 푸르게 서 있지만, 인내의 시간은 안으로 고여 푸른 가시로 돋습니다. 피하고 싶다고 태풍이나 해일을 마다했다면 ‘탱자나무 울타리는 귀신도 뚫지 못한다’는 명성을 얻기 힘들었을 겁니다. 지금의 힘든 현실은 비로소 ‘나’로 서게 하는 과정임을 나무는 단단한 초록으로 그려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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