싫어! 그게 아니야
싫어! 그게 아니야
  • 박상옥 <다정갤러리 대표·시인>
  • 승인 2014.07.08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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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 포럼

박상옥 <다정갤러리 대표·시인>

낡은 판자 틈을 비집고 나온 새순. 그 생명이 가상해 그냥 두었더니, 여름이 깊어지자 그 나무 자라는 것이 무섭도록 푸릅니다. 어찌나 무섭던지 판자 틈이 부서지며 둥글게 가지자리 구멍이 났습니다.

연록 빛 여린 끝순 일적엔 손으로 쉽게 꺾을 수 있지만 몸 근육인양 나무의 육질이 굵고 질겨져서 가위나 낫, 칼을 대야만 쳐 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판자를 뚫고 들어 온 그 나뭇가지를 보려니 문득 성성한 푸름이 무섭다는 생각이 듭니다.

푸르고 무서운 것이 SNS와 닮았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카톡, 메시지가 들어오고 “어머, 어머, 이것 좀 봐! 어머 어머” 들여다보려니, 고 노무현대통령이 세월호 사건의 유병언과 음식을 먹고 있는 동영상입니다.

카톡소리에 또 열어보니, “어쩜 내가 이럴 줄 알았어. 뭔가 이상했다구” 화면엔 유병언의 장학생들이라고 하여, 낯익은 얼굴들이 가득합니다. 친구에게, “아냐 이럴 리가 없어. 이게 사실이면 왜 언론에서 가만히 있겠어?” “아마 특종 잡았다고 T.V에서 먼저 난리 났을 걸. 이거, 공식적으로 유병언 닮은 사람이라고 발표를 한 것 같은데 아직도 돌아다니네.” 어정쩡 답하고 돌아서니, 진실과는 상관없이 마구 퍼 나르는, 빠른 정보에 침해받은 정신이 매우 불쾌합니다.

찜찜한 가운데 메시지가 또 옵니다. “숙제하나 보내오니 4일 이내에 행운이 필요한 사람에게 보내시오. 돈으로 행운을 살 수는 없으니 돈을 보내지는 마시오.” 우리보다 선진국인 네덜란드에서 유래되었다고 사실성을 내세우며 숙제를 안 하면 불행이 생긴다는 경고 편지입니다. 지금으로부터 40여 년 전 어린나이 참 순진한 시절에도 행운의 편지는 있었습니다. 그 시절은 손편지였고, 우표를 붙여야 했고, 우체부아저씨의 수고로움도 있어야 했는데, 편지를 열 사람 이상에게 보내지 않으면 불행을 피할 수 없다는 기말고사를 앞둔 상황이라, 개발새발 엉터리로 마구 써서 우체통에 넣고 나서야. 시험공부 시간을 줄였음에도 마치 시험을 잘 치를 것처럼 마음이 가볍던 기억이 어제처럼 새롭습니다. 오늘날 편지는 간단해져서, 복사하고 전달하면 4일은 커녕 5분에도 끝나지만. 행운을 가장한 불행경고의 편지가 아직도 살아 있다니 그 목숨이 고약하고 질깁니다.

세계적 주목을 받았던 우리의 미디어 인프라는 그게 무엇이던 빠르게 받아보는 빠른 정보문화 가운데 자랑스레 놓여 있습니다.

그러나 정보라는 것이 말짱 거짓이고 그 거짓의 목소리가 실체도 없이 우리를 끌어가는 것이라면 얼마나 끔찍한 결과를 가져 올지 뻔한데. 거짓정보는 새순처럼 여릴 때 잘라버려야 하니, 저부터 섬세한 자세로 살피고 과감히 멈추어야 합니다. SNS를 포함한 모든 미디어는 처음부터 끝까지 인간의 도구일 뿐입니다. 모든 미디어는 떠받들어야 할 대상이 결코 아닙니다. 빠른 소통으로 배우고 깨달아 삶의 질을 높이는데 쓰이는 것이 아니라, 반목하고 질시하고 소란하게 하는데 쓰이니, 세대 간, 지역 간, 계층 간, 갈등이 줄어들 수 있는 착한소통이 필요합니다. 기대하기는, 이러한 정확하고 빠른 소통으로 믿음이 확실한 세계 최고의 언론사가 언젠가 우리나라에서 탄생하는 것입니다.

꺾이지 않는 나뭇가지를 휘어 밖으로 내보내려니 창고 판자 하나가 맥없이 떨어집니다. 무심히 한 통 보낸 숙제, 행운의 편지에 칼날처럼 친구 답장이 날아왔습니다. 싫어, 나 이런 것 정말 싫어. 젠장 참으로 솔직한, 나는 내 친구가 참 마음에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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