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우의 심리적 건강성
관우의 심리적 건강성
  • 양철기 <충북학생외국어교육원 연구사·박사·교육심
  • 승인 2014.07.07 20: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심리학으로 보는 세상만사

양철기 <충북학생외국어교육원 연구사·박사·교육심리>

관우는 중국 후한 말기 탁현에서 유비, 장비와 의형제를 맺고 거병했으며 평생 의리를 저버리지 않았다. 그는 촉나라 충신의 전형으로 등장하고 있으며, 중국에서는 공자를 문성(文聖), 관우를 무성(武聖)으로 높이 받들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관우의 인기는 점집에 가보면 확인할 수 있다. 많은 점집 신당에 관운장을 모시고 있으며 심지어 불교에서도 호법신의 하나로 숭상하고 있다.

춘추전국시대와 삼국시대 등에서 수많은 영웅호걸들이 나타났지만 평범한 가문출신에다 변두리의 이름 없는 무장이었던 관우가 세상으로부터 이렇게 높은 평가를 받고 수많은 사람을 매료시킨 까닭은 무엇일까?

심리학자 김태형은 다른 많은 영웅호걸들과는 달리 관우의 심리적 건강성을 그 이유로 들었다.

관우의 심리적 건강성은 부단한 의식적 노력이 있었다. 그는 공자의 춘추(春秋, 공자가 당시 도의가 땅에 떨어진 것을 개탄한 나머지 대의명분을 바르게 할 목적으로 쓴 책)를 항상 지니고 다니며 읽은 춘추 마니아였다. 또한 그의 공감능력이나 너그러움, 사람에 대한 진정성 등으로 미루어 보아 그에게서 심리적 만병의 근원인 애정결핍(lack of affection) 증상을 찾아볼 수 없다. 어찌 보면 그는 유년시절에 충분히 사랑을 받으며 자랐을 것이다.

지나치리만큼 고지식하고 재미없는 사람, 술자리에 앉아서도 농은 한마디도 하지 않고 바른말만 하여 흥이나 깨는 사람, 선량하고 성실하며 한없이 너그럽고 희생적인 민중의 전형인 사람이 관우였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적이든 내편이든 정에 약해 당하기 부지기수인 사람이었다.

관우의 성격유형은 ISFJ(내향형, 감각형, 감정형, 실천형)로 분석된다. 그는 내향형이어서 생각이 깊고 매사에 신중하며 침착했다. 그는 또한 현실 감각이 뛰어나고 구체적인 자극에 민감하며 섬세한 감각형이었다. 유비, 장비, 제갈량이 직감이나 큰 판을 읽은 통찰력은 있었지만 일상생활에는 다소 아둔하고 현실 감각이 부족한 직관형이었으니 만일 관우 같은 인물이 없었으면 유비는 결코 황제가 될 수 없었을 것이다.

관우는 감정이 풍부하고 공감능력이 뛰어났다. 용감무쌍한 무장이었지만 심한 감정형이어서 정에는 무지하게 약했다. 적벽대전에서 패배한 조조가 지친 몰골로 패잔병과 화용도를 지날 때 관우는 조조와의 옛정으로 그를 죽이지 못하고 명령을 어기면서까지 그를 살려준다. 어찌 보면 전쟁터에서 보여준 관우의 행각이나 행동은 좀 황당하기조차 하다. 어제의 친구가 오늘의 적이 되는 게 비일비재하던 난세에 자신을 돌보기보다 타인의 불쌍함을 안타까워했던 관우였다. 실천형이었던 관우는 한평생 누가 보든 안보든 몸가짐을 전혀 흐트러지지 않았고 정돈되고 절제된 생활을 했으며 한번 맺은 인연은 목숨을 다해 유지하려 했다. 관우의 인간됨과 용맹을 시기한 제갈량이 갖은 모욕과 핍박을 해도 끝까지 그를 어른으로 모시고 예를 다했다.

형제같이 지낸 유비, 장비와 멀리 떨어져 전략적 요충지인 형주를 홀로 우직하게 지키면서 같음 편인 제갈량의 시기질투로 인한 전략적 실패로 오나라 손권에게 허무하게 죽임을 당한 관우, 관우의 죽음은 결국 장비의 죽음을 불러오고 유비마저 이성을 잃게 만들어 촉나라의 멸망을 가져오게 된다. 참으로 허망한 죽음이지만 오늘까지 신(神)으로 남아 존경과 숭배의 대상이 됨은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지금 우리 주변에는 제갈공명, 유비, 조조 등과 같은 머리 좋고 똑똑한 직관형의 전략가들이 넘쳐난다. 그들도 반드시 필요한 사람일진데 고지식하고, 똑똑하지는 못하지만 선량하고 성실하며, 한없이 너그럽고 희생적인, 심리적 건강성과 성숙한 인격을 가진 관우 같은 사람들이 그리운 것은 무슨 이유일까?

만일 오늘 당신이 관우 같은 사람을 만나거든 고리타분하다거나 재미없다고 하면서 가볍게 대하지 말고, 부디 소중히 여기며 가까이 지내시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