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승
환승
  • 이효순 <수필가>
  • 승인 2014.07.06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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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가는대로 붓 가는대로
이효순 <수필가>

‘환승입니다.’ 네모난 시내버스의 기기에서 소리가 들린다. 그 목소리가 들릴 때마다 약간의 희열을 느낀다. 출발선에서 열심히 달려와 결승선에 제일 먼저 도착한 선수처럼. 자가용을 운전하지 않으니 시대와 좀 먼 느낌의 삶을 살고 있다.

며칠 전 수선을 맡긴 구두를 찾기 위해 시내버스를 기다렸다. 집에서 정류장이 가까워 2분 정도 걸린다. 시간의 제한을 받지 않지만 정류장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이 지루했다. 조금 전 버스가 출발했는데 기다려도 오지 않는다. 어느 땐 연거푸 두 대가 같이 올 때도 있어 그것만 믿고 미련하게 기다리다 보니 거의 30분이 지나 도착했다.

지난해부터 우리 동내에 시내버스가 다니기 시작했다. 처음엔 상당산성 가는 버스가 청주체육관 옆에서 한 대가 출발했었다. 그땐 집에서 10분 이상을 걸어 나와 이용했다. 그렇게 1년을 넘게 운행하더니 3대가 더 생겨 4대나 됐다. 그리고 노선도 청주의료원을 거쳐 예술의전당과 야구장을 거쳐 시내로 가는 노선으로 바뀌었다. 시에서 버스회사에 지원하기 때문에 승객이 많지 않아도 버스노선을 운영한다고 한다. 나처럼 승용차를 운전하지 않는 사람에겐 아주 기쁜 소식이다. 필요할 때마다 편하게 이용한다. 시내에서 볼일을 보려면 얼마나 편리한지 살다 보면 이런 날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자가용 시대에 대중교통을 주로 이용하는 내겐 참 기분 좋은 일이다.

더 신기한 것은 환승제도다.

지난 5월부터 환승 시간이 30분에서 40분으로 연장됐다. 생활인들에겐 묘미가 있다. 수선집에서 구두를 찾고 백화점에서 할인판매에 들어간 상품들을 구입해 버스승차장으로 돌아왔다. 그때 바로 우리 마을을 지나는 버스가 정차했다. 버스표를 찍으니 ‘환승입니다’라는 음성이 들리는 것이 아닌가. 마음은 작은 기쁨으로 설렌다. 몇 군데를 들렀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지났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돈으로 따지면 1200원 작은 액수다. 그러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은 작은 금액이 삶의 한자리에 활기를 준다. 나만 그렇게 느끼는지 모르지만. 시내 볼일이 있을 때 그렇게 시내버스를 이용하니 편리하다. 40분 정도면 평범한 일상은 거의 처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주차하는 곳 신경 쓰지 않아 편하고 차를 타고 가며 사람 사는 모습 넉넉히 바라볼 수 있으니 마음의 여유가 생긴다.

차 안의 승객은 젊은 학생들과 힘없는 노인들, 아주머니들이 주로 이용한다. 경제적인 여건이 미흡한 사람들이다. 그러나 그렇지도 않다. 시내에 차를 가지고 나가면 주차공간이 부족해 한참동안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래서 요즘 시내 볼일은 남편과 함께 버스를 이용한다.

몇 년 전 덴마크에 갔을 때 국회의사당 앞에는 자전거가 100대도 넘게 정거 되어 있었고 승용차는 10대 정도도 되지 않았다. 선진국의 검소한 모습이 마음에 조심스레 담겼다. 거리가 혼잡하지 않고 매연도 줄어드니 공기도 맑아지고 거리가 깨끗하다. 그곳 사람들은 드래스셔츠를 일주일 입어도 깨끗하다고 한다.

우리는 어떤가. 우선 집은 없어도 자동차 먼저 구입하고 좁은 거리에 자동차가 넘치니 교통 혼잡이 초래되고 있다. 분주하지 않으면 가까운 거리는 걸어다니고 대중교통을 자주 이용해 거리의 흐름이 원활해지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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