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을 물리칠 열쇠는 정치였다"
"가난을 물리칠 열쇠는 정치였다"
  • 조한필 기자
  • 승인 2014.07.02 18: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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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영 천안시장
△ 고교시절
집안 도우려 신문·연탄 배달
학비 안 드는 육사 진학 결심

△ 군인에서 공무원으로
인제 맹호부대서 첫 근무
국가시험 거쳐 공무원 길로

△ 정계 입문 … 두번의 좌절
세미나 열고 사적지 탐방
현장 돌며 시민 목소리 경청

구본영 천안시장(62)은 2005년 고향 천안에 내려와 2006, 2010년 두 번의 시장 도전과 낙선, 그리고 9년 만에 시장직에 올랐다.

구 시장은 그 9년의 세월이 향후 시정을 펴가는 데 큰 자산이 될 것으로 믿는다. 그동안 지역발전현안 세미나를 여러 번 열었고, 시민과 함께 천안유적지 탐방에 나섰고, 생활 현장을 찾아다니며 시민의 목소리를 들었다. 그래서 ‘준비된 천안시장’을 내걸고 선거운동을 할 수 있었다.

◇ 넉넉지 않은 쌀집 아들

1952년 천안 병천에서 태어난 구 시장은 천안에서 초ㆍ중ㆍ고교를 졸업한 후 육사에 진학했다. 군 생활 7년 후 행정 공무원으로 전직했다. 서울 마포구청 사무관을 시작으로 국무총리실서만 15년 근무하고 1급 관리관으로 2004년 퇴직했다. 그는 군인ㆍ 공무원 등 공직생활 31년에 ‘야인생활’ 9년을 지낸 셈이다.

70년 천안고(14회)를 졸업하고 육사에 진학한 것은 풍족하지 못한 집안 형편 때문이었다. 천안 원성동에서 아버지(구자원, 21년생)와 어머니(박근희, 22년생)는 조그만 쌀가게를 했다. 부모 모두 2007년 작고했다. 형제는 누나 두 명, 형 한 명과 남동생, 여동생 등 8남매.

“형제 중 한가운데로 항상 양보하면서 자란 편이다. 내 입장보다 동생들이나 형·누나를 위해야 하는 위치였다. 가족과 형제 간 화합을 중요시해 상대의 말을 먼저 들어주는 습관이 이때 자리 잡았다.”

고교시절 집안 사정이 더 나빠졌다. 어머니가 야채 행상을 나섰다. 어머니는 힘든 행상을 마치고 돌아와선 부엌 한켠에 정한수를 떠 놓고 자식들을 위한 기도를 했다. 춥거나 덥거나 하루도 빠트리지 않았다.

구 시장도 집을 돕기 위해 신문과 연탄 배달을 했다. 새벽 별을 보며 조간신문을 돌렸다. 연탄 배달은 형제들이 도와가며 함께 했다. “연탄가루가 묻은 새까만 손등이 부끄럽게 느껴지던 사춘기 시절이었다. 창피함도 있었지만 그때 자신을 낮추고 인내하는 마음을 배울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 엄격한 규율에 모범생도 생활

육사 진학은 고교 1학년 때 일찌감치 마음먹은 일이었다. 학비와 생활비가 안 드는 ‘대학’에 들어가 부모에게 부담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생각에서다. “어린 마음에 입 하나 덜어 드리는 게 효도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공부했다. 목표를 정하면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성격이라 좋은 결과(육사 합격)를 얻었다.”

고교때 수학여행 한 번 가지 못했다. 그는 어렵지만 착실하게 가계를 꾸려가던 부모 영향으로 긍정적이고 밝은 성격을 가질 수 있었다고 한다.

육사에선 엄격한 규율에 어긋나지 않게 모범 생도의 길을 걸었다. 여성을 사귀는 건 꿈도 꾸지 않았다. 부인 정혜정씨(60·서경대 의상디자인과 교수)를 만난 건 청와대 경호실에 근무하던 대위 시절, 영어학원에서였다. 3년간 사귀고 행정 공무원이 된 후 결혼했다.

군 생활은 74년 강원도 인제에서 맹호부대 소대장으로 시작했다. 이 부대는 월남전에 참전했다가 73년 철수한 상태였다. 그 후 1사단 등을 거쳐 청와대 경호실에서 근무했다. 경호실에서 일반직 공무원을 자주 접하면서 공직자로서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계기가 됐다.

◇ 군인에서 행정공무원으로

모교인 육사에서 6개월간 행정직 공무원 교육을 받고 국가시험에 합격, 1980년 10월 공직에 첫발을 디뎠다. 마포구청 사회복지과장(사무관)으로 달동네를 누비며 다녔다. 이때 서민 생활을 목격하고 행정의 중요성을 절감했다.

“나도 뼈저리게 겪었던 가난이라는 현실을 바꾸는 열쇠는 정치에 있음을 느꼈다. 사회적 약자와 서민들을 위한 정책이 필요했다. 언젠가 꼭 이분들을 위해 내 경험과 능력을 쏟아 붓겠다고 다짐했다.”

구청 국장의 권유로 대학원에 다녔다. 서울시립대 도시과학대학원에서 세원(稅源) 관리에 대한 논문으로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국가나 지방 행정에서 세수 확보와 세출 관리가 중요한 문제라고 여겼다.

◇ 15년간 국무총리실 근무

총무처와 내무부 자치행정심의관실을 거쳐 국무총리실로 옮겼다. 15년간 김종필, 박태준, 이한동, 김석수, 고건, 이해찬 등 많은 총리를 모셨다. 규제개혁심의관, 농수산건설심의관(이상 2급), 수질개선기획단 부단장(1급) 등을 지냈다. 부처 간 의견을 조정해 국정을 이끄는 일을 도왔다.

농수산건설심의관 시절 2001년 인천국제공항 개항문제를 다뤘다. 당시 자동화시스템 문제로 개항 시기에 대한 부처 간 이견이 있었다. 국무총리실이 나서 한 달 이상 공항 현장에서 운영 시스템을 점검하고 보완하는 작업을 했다. 국제적으로 약속한 개항 시기를 지키기 위해 애를 썼다.

건교부서만 논의해온 제주국제자유도시 개발을 범정부 차원에서 추진하기 위해 기본계획을 짜고 기획단을 구성해 성공적으로 사업을 이끌었다.

이제 천안시장이 됐다. 시민이 뭘 원하고 있는가. 천안은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가. 그는 ‘인고(忍苦)의 세월’ 동안 구상한 것 하나하나 시민과 소통하면서 펼쳐가려고 한다.

그는 자식에게 부끄럽지 않게 살아왔다고 자부했다. "머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일하려고 한다. 정직하고 열심히 일하면 꼭 보답은 있었다.”

◈ “시-시민간 무너진 신뢰 바로 세울 것”

외형적 성과보다 시민 피부로 느끼는 정책 전개
원도심 개발 중심 벗어나 문화예술로 재생 추진

구 시장은 천안시와 시민 사이에 무너진 신뢰를 바로 세우는 걸 제1 선거공약으로 삼았다. 행정과 정책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천안의 새로운 미래를 여는 변화 중심에 자신이 서겠다고 했다.

-‘섬김시정’은 뭘 말하나.

△시정운영 기조를 시에서 시민으로 바꿔 놓는 것이다. 시민들은 소통하고 약자를 배려하는 따뜻하고 열린 행정을 원한다. 이제 권위주의적 리더십으로는 천안 역량을 하나로 묶어낼 수 없다. 시장은 시민을 진정한 주인으로 섬기고, 끊임없이 대화하는 소통과 섬김의 리더십을 가져야 한다.

-시정 운영 방향에 대해.

△정책 대부분은 지난 9년간 시골부터 원도심까지 천안 곳곳을 발로 뛰는 과정에서 형성된 것이다. 시민 여러분께서 말씀해주신 의견을 꾸준히 메모하고 정리했다. 외형적 성과에 연연하지 않고 시민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정책 추진에 역점을 두겠다.

-원도심 활성화 공약 많던데.

△오래전부터 토건 중심의 ‘개발’이 아닌 문화예술 중심의 ‘재생’을 강조해 왔다. 문화예술인을 위한 창작스튜디오와 명동예술촌을 조성하겠다. 빈 점포 매입으로 한뼘 미술관, 작은 공연장 사업을 벌일 계획이다. 이렇게 문화예술 공간을 늘려 365일 전시와 공연이 끊이지 않는 환경을 조성하겠다.

-인재 육성과 관련된 공약은.

△학부모들의 자녀 외국어 교육에 대한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어 드리고 싶다. 충남 최초로 영어전문도서관을 만들겠다. 이곳에서 영어캠프, 영어 문화강좌 등을 통해 실용 영어를 쉽게 터득할 수 있게 하겠다. 또 중국 우호도시에 ‘천안시 중국어학교’를 만들어 학생들이 글로벌 역량을 키울 기회를 확대하겠다.

-미흡한 녹지공간 확충 계획은.

△장기적으로 천안 랜드마크가 될 호수공원을 조성하려고 한다. 뉴욕의 센트럴파크, 서울숲공원에 버금가는 명물 휴식ㆍ문화공간을 만들겠다. 생태숲, 조각공원과 문화예술 공간이 마련된다. 시 재정을 감안한 재원 확보가 선결 문제다. 또 마을 쌈지공원 등 조그만 휴식공간도 많이 만들겠다.

-‘좋은 일자리’ 많이 만든다는데.

△좋은 기업을 많이 유치하는 게 중요하다. 전국에서 가장 빠른 공장 설립 및 기업 민원 신속 처리 시스템을 구축하겠다. 외국 기업 종사자를 위해 외국인학교 유치를 추진하겠다. 여성의 재취업 확대 및 사회ㆍ경제적 지위 향상을 위한 맞춤형 일자리 마련에도 힘쓸 계획.

-‘공무원 30년’ 선배로서 한마디.

△인수위원회 업무보고를 받으면서 느낀 점이 많다. 시정을 담당하는 과장들이 지나온 업무 파악과 미래 계획 마인드가 다소 미흡하더라. 함께 호흡을 맞추고 앞으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다 보면 점점 좋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내가 ‘후배’ 들에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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