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과의 만남이 좋다
그들과의 만남이 좋다
  • 김낙춘 <충북대학교 명예교수·건축가>
  • 승인 2014.07.01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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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 포럼

김낙춘 <충북대학교 명예교수·건축가>

봄(春)이였는가 했었는데 한여름이다. 지구촌 기후온난화 현상으로 인한 절기의 변환이 빠르게 진행되어 가고 있는 징후다. 한반도 사계절의 변화도 예외일 수 없게 되었다.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의 순환체계가 바꾸어지거나 수정되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자의든 타의든 현대에 사는 우리 모두는 IT(Internet Technology)시대에 살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상상을 초월하는 신비롭고 놀랄만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오랫동안 보여져왔던 것보다 나타나지 않았거나 숨겨져 있었던 새로움이 드러나고 있다.

아날로그(Analogue)적 미감에 감흥하기보다는 디지털(Digital) 취향에 매료되어 가고 있다. 앉으나 서나 어디에서든 손안에 쥐어져 있는 모니터와 가까워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첨단과학으로 치닫는 인간의 욕망이기도 하지만 미래로의 만남을 더 열망하는 현대인의 바람에 부응하고 있음이다. 어느 누구도 아이티(IT)유혹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되었다. 이제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함께 가는 디지털로그(Digitalogue)가 도래되었다.

우리의 하늘은 높고 멀다. 그리고 푸르다. 하늘이라는 자연산 모니터에 가까이 다가가면 꿈과 이상, 그리고 가능성을 만나고 이룬다. 밤하늘에 가득한 빛나는 별을 헤아리고 볼 수 있다는 것은 기적이자 은총이다.

오랫동안 인류에 의해 구현된 결실은 우리 모두의 아름다운 유산(遺産)이다. 자연은 인류에게 삶이 있도록 해준 모태(母胎)다. 자연을 품고 있는 산에 오른다. 산세가 험하지도 않고 높지도 않은 완만한 나지막한 산이다. 걷기에 편하고 사람들이 붐비지 않아 홀가분한 기분으로 여유로운 산책을 즐기기에 알맞은 장소다. 산속에 들어서면 나뭇잎에 가리어진 틈 사이사이 조각하늘에서 쏟아진 맑고 밝은 빛이 깊고 어두운 산길을 밝힌다. 군데군데 쉬어갈 수 있는 쉼터도 마련되어 있다. 산 정상에 오르면 체력을 단련하는 운동보조기구도 설치되어 있다. 자연과 함께하며 건강을 얻는다.

산에 오른 사람들에 의해 다져진 꾸불꾸불 휘어진 산길을 따라 산행을 즐긴다. 오고간 산객들이 남긴 발자국과의 만남도 반갑다. 길섶에 피어난 산꽃도 만나고 실바람에 흩날리는 숲에서 뿜어내는 향기로움도 느낀다. 하얀 햇살에 빛나는 싱그러운 나뭇잎과도 눈을 맞춘다. 산의 소리에 실린 산새들의 지저귐이 발길에 머문다. 선풍을 맞으며 한여름 더위를 잊는다.

산속에 빼곡하게 들어선 나무와 숲속의 식물은 바람, 그리고 빛과 함께 어우러져 자신들의 모습을 뽐내며 뚜렷한 그들만의 존재를 자랑한다. 오랫동안 그래왔듯이 자연은 모든 사물의 본질이다. 수많은 언어 중 가장 본질에 가까운 아름다운 언어이다. 아름다움을 품고 있는 자연은 여전히 아날로그에 머물고 있다.

아름다움을 잉태한 자연에 다가가면 자연의 다양한 형태 및 구성에 따라 조화를 이룬 그들을 만나고 그들을 본다. 자연에 내재되어 있는 아름다움을 만난다.

아름다운 자연과의 만남을 가지기 위해 하루의 시작을 그들과 함께 한다는 것이 얼마나 보람되고 행복한 삶인가! 이보다 더 좋은 만남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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