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지 책 속에 오묘한 이치 있으니(12)- 행복은 생각하기 나름
직지 책 속에 오묘한 이치 있으니(12)- 행복은 생각하기 나름
  • 박숙희 <청주시문화관광해설사·아동문학가>
  • 승인 2014.06.29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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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해설사에게 듣는 역사이야기
박숙희 <청주시문화관광해설사·아동문학가>

직지 책 속에 오묘한 이치 있으니 열두 번째 이야기는 ‘직지’하권 18장에 나오는 신조 본여 법사(神照本如法師)의 말이다. 전문적인 이해를 돕기 위해 부산 화엄사 주지 각성 스님의 ‘직지’번역 및 강해(1998년) 등을 참조했음을 밝힌다.

신조 본여 법사가 법지 존자에게 묻기를 “어떤 것이 경의 으뜸입니까? 법지 존자가 말하기를 네가 나를 위하여 삼년 동안 참고 일을 보아주면 문득 너를 향하여 말해주리라.”

신조 본여 법사가 그 명령을 공경히 받들어서 3년을 끝내고 다시 청해 말하기를 “지금 마땅히 말씀해 주시옵소서.” 법지 존자가 크게 “本如!”라고 한 번 부르는 한 소리에 홀연히 크게 깨달아서 게송을 지어 말하였다.

곳곳마다 돌아가는 길을 만나고/ 어디에나 다 이 고향 일세/본래 버젓이 이루어진 사실이거니/어찌 반드시 생각함을 기다리겠는가?

질문 하나에 대해서 가르쳐 주기를 바라면서 3년간 노동을 싫어하지 않고 일을 한 것이다. 옛날 사람들은 노임을 받지 않고 그 밑에 가서 일을 많이 했나보다.

김치 담그는 것 밥하는 것 떡 만드는 것이 머리 쓰면 배우지 않아도 다 됨을 느꼈다는 것이다. 이는 남이 하는 것을 보면 알지 그런 것을 일일이 요리 공부해야만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기도 하다.

古鄕은 故鄕이나 똑같다. 頭頭란 두두물물, 물건 마다라는 뜻이니 여기저기가 다 고향이라는 것이다. 부산만 고향이 아니라 서울, 대전, 대구가 다 고향이고 한국, 일본, 미국, 중국, 영국이 다 고향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조선태조 이성계는 죽으면 젊은 시절을 보냈던 고향 함흥에 묻히기를 원했다고 한다. 아들인 태종은 태조가 돌아가신 후 서울에서 함흥이 멀기 때문에 고민을 많이 하다가, 함흥 지역의 흙과 억새를 가져다 써야겠다는 멋진 생각을 했다고 한다. 구리시에 있는 건원릉을 방문해 보면 무덤에 억새가 많은 까닭이라고 한다.

또한 본래부터 버젓이 이루어진 것이기 때문에 생각해서 헤아릴 것이 없다는 것이다. 생각을 초월해서 그대로가 다 경이기 때문에 생각을 기다려서 아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경이 아닌 것이 없고 본래의 법신 아닌 것이 없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이렇듯 경은 본래 버젓이 이루어진 사실이거니. 때로는 삶의 회의를 느끼는 것 또한 구별이 없을 것이라는 것이다. 율곡 선생이 스무 살 청년 시절 회의를 느껴 머리 깎고 금강산에 들어갔다가 산을 내려와 동해안을 따라 내려오다 풍암 이광문 초당에 들러 하룻밤을 묵으며 썼다는 시 한편 쯤 읊어 봄도 좋을 듯하다.

도를 배운다는 것은 집착이 없다는 것/ 인연이 되는 대로 여기저기 노닐련다

푸른 학이 사는 골짜기를 선뜻 떠나/ 흰 갈매기 나는 물가에 와 구경한다

천리를 떠도는 구름 같은 신세로/ 바다 한 귀퉁이 하늘과 땅에 서 있다

초당에 몸을 맡겨 묵고자 하니/ 매화에 비친 달, 이것이 풍류로구나.

도를 배우는 것은 집착이 없다는 것, 한곳에 머물지 않는다는 것일까? 그래서 어디로 가야 할지 정해져 있지도 않다는 것인지. 굳이 말해야 한다면 인연이 있다는 것 뿐 일런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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