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때리는 손 없어
난 때리는 손 없어
  • 민은숙 <괴산동인초 사서교사>
  • 승인 2014.06.26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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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권하는 행복한 책읽기

민은숙 <괴산동인초 사서교사>

어린이들의 글을 읽다 보면 행복해진다. 요즘 아이들이 아무리 무서워졌다고 해도, 아이들의 글을 읽다 보면 역시 ‘아이는 아이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말보다 글이 솔직할 때도 있는 것 같다. 아이들의 글 속에는 고민과 행복이 담겨 있다.

그런데 아쉽게도, 아이들의 글을 모아 엮은 책은 찾기가 어렵다. 그러다 찾은 책이 도서 ‘쉬는 시간 언제 오냐’(전국초등학교국어교과모임·휴먼어린이)였다. 이 책을 읽고 아이들과 마음에 드는 동시도 찾아보고 시험이나 부모님의 부부싸움, 동생과의 갈등, 그 외 여러 고민거리를 이야기하며 수업을 진행했었다. 아이들이 쓴 동시라 그런지 다른 책을 읽어주면 시큰둥했던 아이들도 진지하게 듣고 공감했다.

얼마 전 이 책의 후편 격인 도서 ‘벌서다가’(전국초등학교국어교과모임·휴먼어린이)가 새로 나왔다. 오늘 소개할 도서 ‘난 때리는 손 없어’(박문희 엮음·이오덕 감수·보리)를 추천 받았는데 아주 좋아서 이번에 소개하고자 한다.

이 책은 1994년부터 1997년까지 유치원 원아들의 글 모음집으로, 아이가 직접 쓴 글이나 그림을 최대한 살려 수록했다. 유치원 아이들의 글이라 조금 삐뚤빼뚤한 느낌일 수 있다. 하지만 아이들의 말이 그대로 실린 책이라 더 좋다. 아이들의 글과 그림을 살려 편집했을 박문희 선생님의 고생이 보이는 책이다.

이 책에는 아이들의 마음과 고민, 일상이 그대로 담겨 있다. 처음으로 혼자 잔 날, 동생과 싸운 날, 유치원 가기 싫은 날 등이 어찌나 예쁘게 담겨 있는지. 하나하나 읽어보면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아주 오래전 내가 어린아이였을 적 기억도 가물가물한 일상이 담겨 있다. 나도 어렸을 적에는 혼자 집 보는 게 무서웠는데 내가 어렸을 적에 친구랑 싸우면 참 슬펐는데, 나도 동생 싫다고 엄마한테 엉엉 울었던 적이 있었는데, 하면서 아이였을 때를 떠올리게 되는 책이다.

그러나 이 책의 정말 대단한 점은 책을 엮은 박문희 선생님의 교육관이다. 박문희 선생님은 마주 보고 아이들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감해주면 아이들이 잘 자라난다는 마주 이야기 교육을 하고 계신 분이다. 이 책도 선생님이나 다른 어른들이 말하는 것처럼 말은 회색으로, 아이들 말은 진한 검정으로 처리되어 있어 어른과 아이가 대화를 나누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아이들 말을 하나하나 들어주고 공감하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아는 사람은 아실 것이다. 이게 은근 보통 일이 아니다. 들어주기와 공감하기를 실천하고 계신 선생님의 교육관이 녹아 있는 책이기도 하다.

아이가 왜 이럴까 하며 고민하는 부모님들과 왜 내 마음을 몰라주느냐며 서운한 아이들에게 읽어주고 싶은 책이다. 소통과 공감을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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