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는 세상
이재무
열병식 하는 병사들처럼 밭두둑
줄지어 서서 어느 날은 햇빛의 폭우에
어깨 축 늘어뜨리고 어느 날은 폭풍으로
땅에 닿을 듯 사지 휘어져 흔들어대다가도
달 푸른 밤이면 쫑긋, 둥근 잎사귀 열어
하늘의 말 경청하는 옥수수들 보고 있자면
나의 미래 불쑥 얼굴을 내밀어 올 것도 같다
한 여름 달아오른 지열의 적막 속에서
촘촘하게 박혀서는 누렇게 익어가는
옥수수 알들의 묵언을 나는 새겨 읽는 것이다
※ 도심만 살짝 벗어나도 길옆으로 빼곡히 심어진 옥수수를 볼 수 있습니다. 생산이란 논리로 드문드문 간격을 두고 밭고랑을 지키고 서 있던 것도 옛일이 되었지만 그래도 훌쩍 커 있는 푸른 생명이 싱그럽습니다. 좁은 땅을 딛고 해와 달과 별의 빛을 버무려 한알 한알 담아내는 옥수수의 여름이 꼭 뜨겁지만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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