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묵(水墨) 정원 9 - 번짐
수묵(水墨) 정원 9 - 번짐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4.06.18 19: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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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는 세상
장석남

번짐,
목련꽃은 번져 사라지고
여름이 되고
너는 내게로
번져 어느덧 내가 되고
나는 다시 네게로 번진다
번짐,
번져야 살지
꽃은 번져 열매가 되고
여름은 번져 가을이 된다
번짐,
음악은 번져 그림이 되고
삶은 번져 죽음이 된다
죽음은 그러므로 번져서
이 삶을 다 환히 밝힌다
또 한번-저녁은 번져 밤이 된다
번짐,
번져야 사랑이지
산기슭의 오두막 한채 번져서
봄 나비 한 마리 날아온다


※ 작은 처음이 먼 곳으로 번져납니다. 봄의 꽃이 여름꽃으로 번져 가을로 옮겨가고, 숱한 생명은 빛의 파동에 못 이겨 꽃으로 열매로 번져납니다. 음악은 미세한 파동을 타고 그림자처럼 스며나고, 삶은 시간의 사이 사이를 지나며 죽음으로 번져납니다. 자연의 순환 속에 새롭게 생성되는 파동은 자연에서 우주로, 우주에서 한마리 나비로 번져납니다. 나와 우주가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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