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환(憂患)
우환(憂患)
  • 신금철 <수필가>
  • 승인 2014.06.17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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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신금철 <수필가>

올해도 어느새 중반에 와 있다.

새해의 부풀었던 희망을 외면한 금년 전반기는 우환으로 인하여 나를 힘들게 했다.

김연아 선수의 금메달 소식을 기대하며 밤늦도록 지켜보던 날, 남편은 탁자에 부딪히는 사고로 얼굴 뼈가 부서지는 바람에 4시간의 긴 수술로 20 여일을 병원에서 보냈고, 또 5월 초 구안와사로 20 여일을 병원에 입원하는 불운을 겪었다.

다행히 좋은 의사들을 만나 치료를 잘한 덕분에 지금은 완쾌하여 정상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

나는 어려서부터 병약하여 병원을 많이 찾았다. 병원을 찾을 때마다 친절한 간호사와 의사에 따라 내 병은 치유 속도가 달랐다.

소심하고 겁이 많은 탓에 간호사의 친절과 의사의 자상한 말 한 마디로 병원에 다녀온 순간 반은 낫는 것 같은 느낌이었고, 혹여 불친절하거나 이례적인 진찰을 하는 날엔 중병이라도 걸린 듯 마음까지 무거워 쉽게 병이 낫질 않았다.

남편을 치료해준 의사선생님들은 지금까지 만난 의사 중 가장 신뢰가 갔고 감사하는 마음이 절로 생기게 하는 분이었다. 수술 전 친절하게 환자의 상태를 설명하며 나를 안심시켜주어 신뢰가 갔고, 4시간의 수술을 마치고 수술실을 나오는 성형외과선생님의 이마와 머리칼이 땀으로 젖은 모습에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이 절로 나왔다.

하루에 3차례씩 침을 놓아주며 매일 최선을 다해 치료해주겠다는 한의사 선생님의 말씀은 완치의 확신을 주었으며 혹시 돌아간 입이 돌아오지 않을까 하는 불안함과 조바심을 털어낼 수 있었다.

두 번의 병원생활을 끝내고 집안에 우환이 있으면 가정생활이 마비된다는 생각에 건강만큼 중요한 일이 없음을 절실하게 느꼈다. 그리고 항상 환자에게 웃으며 친절하게만 대할 수 없는 그분들의 힘들고 어려움에 대해 이해하고 나 자신의 인색했던 웃음과 친절에 대해 깊이 반성을 했다.

돌보아주던 손자 손녀는 사돈댁에 신세를 졌고 직장 문제로 힘든 자식들은 쉬어야 할 주말을 병원에서 함께했다.

가족 중 한 사람이 아프면 환자 자신만의 문제가 아니라 집안 전체가 다 힘이 든다. 자신의 몸을 잘 지키는 게 행복한 가정을 이룰 수 있음도 절실하게 깨닫게 된 병원생활이었다.

지금 우리나라는 우환 중이다.

수백 명의 젊디젊은 아들딸들을 세월호의 사고로 잃고 슬픔에 빠져 있다. 세월호 참사의 원인 규명과 책임자는 아직도 오리무중이고, 아직도 희생된 12명의 실종자는 찾지 못하여 유족과 이를 지켜보는 국민 모두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온 나라가 발칵 뒤집힐 정도로 찾고 있는 어떤 가족 일가는 도대체 어디에 숨었는지 수억의 현상금을 걸어도 찾지 못하여 애를 태우고 있다.

우리 모두는 나라의 우환을 누구에게 떠넘기지 말고 우리 모두의 탓으로 생각하고 예방과 치료에 전념해야겠다.

선거바람이 휩쓸고 간 거리에는 당선의 기쁨을 알리는 당당한 플래카드와 낙선자의 미안하다는 겸손의 현수막도 아직 우리의 눈길을 자극한다.

당선되기 전의 공약처럼 진정 나라를 사랑하는 정치인들과 명의가 나타나고 국민 모두가 간호사가 되어 우환(憂患)중인 우리나라가 하루빨리 건강해져 국민 모두의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피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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