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연많은 80년 인생 詩로 풀어놓다
사연많은 80년 인생 詩로 풀어놓다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4.06.17 19: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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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동 시인, 산수 맞아 '은가락지 별곡' 발간
"순수한 갈망·상상력으로 유토피아 그리고 파"

가슴 저미는 하얀 길
설신 곁에 두고
돌아보는 정갈한 눈망울

뜨거운 입김 내려
흩뿌리는 슬픈 나그네
그림자 없는 눈길 따라
어디론가 가보리는

-겨울 나그네 전문

 

청주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효동 시인이 산수(傘壽·나이 80)를 맞아 시집 ‘은가락지 별곡’을 펴냈다.

시인의 7번째 시집이면서 10번째 문집으로 펴낸 이 시집에는 80년 인생의 사연과 곡절이 80편의 시로 새롭게 잉태하고 있다.

김효동 시인은 “산수를 맞이하니 이젠 정말 늙었구나 실감이 난다”며 “어쩌면 마지막 시집이 될 수도 있지 않겠느냐”며 출간 소회를 전했다.

쓸쓸한 시인의 소회처럼 5부로 구성된 시편들에는 삶의 상처가 서려 있다. 사랑하고 이별하고 가슴 아팠던 그리움이 그려지고, 먼 길 떠나는 사람들의 뒷모습이 아련하다.

인생의 희로애락이 그렇듯 삶에서 찾은 예술의 기쁨도 치유의 과정으로 그려진다.

이에 시인은 “시편들은 그늘과 구석을 오가며 버텨낸 숙명의 몸짓”이라며 “저녁노을의 여광과 여운을 남기기 위해 의젓하게 새겨진 뒤끝을 장식하려고 무한히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

또 “목 놓아 부르던 초혼가의 아픔과 삶에 대한 소망이 즐비했던 시절이 생각난다”면서 “한 세월이 하염없이 지나가고 있다”는 말로 노년의 일상을 담담히 들려줬다.

그 덤덤한 세월 속에는 시인의 발자취가 시로 옮겨져 있다.

교사로 재직하던 시인은 현대문학과 시문학으로 등단한 뒤 1977년 첫 시집 ‘징검다리 곁에서’를 펴내며 본격적인 문단 활동에 나선다. 이후 교사 시인이라는 이름으로 6권의 시집과 3권의 수상집을 펴냈다. 그리고 ‘은가락지 별곡’을 출간하기까지 10권의 책에는 50년 문학의 길이 오롯이 담겨 있다.

시인은 “지난 50년 문학인 세월 속에서 일상생활이 비겁한 타협으로 이어졌듯이 소화되지 않은 시구의 고통을 참다가 그만 지쳐버리고만 경험이 너무나 길고 험난했다”며 “아직도 숙성되지 않은 숱한 기형의 글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것 같아 순수한 갈망과 상상력으로 피안의 유토피아를 그리고 싶다”고 고백했다.

이어 “빛나는 영감이 각박한 현실을 능청스레 어루만지는 시 미학보다는 짙은 화장을 선호하는 부족함을 떨쳐버리려 애쓰고 있다”며 “핏기없는 괴팍스런 시를 쓰는 늙음의 현실 속에서 시와 더불어 내 고향 무심천 둑을 뚜벅뚜벅 거닐고 싶다”고 말했다. 

문학에는 사람과 인생을 바꾸는 힘이 있다고 말한다. 독자의 가슴을 울리고 삶을 변화시키기도 하지만 작가 스스로 치유의 과정이 먼저 이루어지는 것이 문학이다. ‘마지막 시집이 되지 않을까’한다는 시인의 말끝과는 달리 문장에 대한 갈망이 또다시 펜을 들게 할 것이란 믿음도 생겨난다.

김효동 시인은 청주사범학교를 졸업하고 교육공무원으로 일했다.

충북문인협회장, 내륙문학회장, 국제펜클럽충북위원장, 한국시문학 부회장을 역임했다. 저서로는 시집 ‘징검다리 곁에서’, ‘이화령을 바라보며’ 등 5권과 수상 집으로 ‘하나님이여 내 목소리를’, ‘당신의 교정에 눈이 내리는데’와 ‘세계 명작의 이해와 감상’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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