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는 분열로 망한다
보수는 분열로 망한다
  • 유종렬 <전 음성교육장>
  • 승인 2014.06.11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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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유종렬 <전 음성교육장>

며칠전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진 교육감 선거에서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서울을 비롯해 무려 13곳을 진보 성향의 후보들이 휩쓸었다. 보수 및 중도 성향 후보들은 겨우 4곳에서 당선되는 데 그쳤다. 가히 진보 후보들의 싹쓸이라고 할 만하다.

‘보수는 부패로 망하고,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 정치권의 유명한 속설있다. 그런데 이번 6·4 교육감 선거는 정 반대로 보수가 분열함으로써 패배하였다.

충북교육감 선거도 보수는 장병학, 김석현, 손영철 세 후보가 분열하여 난립했으나, 진보는 김병우 후보로 똘똘 뭉쳐 단일전선을 형성, 당선되는 결과를 낳았다.

패배한 보수 후보자들의 득표율을 합치면 진보 후보를 넘어선 것에서 보듯 보수의 분열이 최대의 패인이다. 보수 후보 대부분이 지명도가 낮아 유권자들에게 어필하지 못한 반면 진보 후보는 전교조와 진보성향 시민단체들의 지지로 탄력을 받았다.

‘분열’이 무서운 것은 이번 6.4 교육감 선거 결과에서 보여주듯이 분열하면 반드시 패배한다는 사실이다. 어느 정치인은 패배의 충분조건이 분열이라고 했다. 분열하는 순간, 아무리 기를 쓰고 무엇을 하더라도 이기기 힘들어진다.

선거에서 분열은 우리 편 골대에 10골 정도의 자살골을 차 넣는 일이나 다름없다. 진보와 보수가 서로 이기려면 자기편들을 다 긁어모아야 하는 것이다.

더욱이 교육감 선거는 자치단체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관심이 많이 떨어진다. 여기에 같은 진영의 비슷한 후보가 난립하면 표가 분산될 수밖에 없어 정작 해야 할 ‘정책 선거’ 보다는 당선만을 위한 단일화에 몰두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 같다.

조선 후기 실학자인 다산 정약용 선생은 그의 저서 ‘목민심서’에서 목민관들에게 백성의 두려움을 알아야 한다고 설파하였다. “사람으로서 두려워할 것이 세 가지가 있으니 백성과 하늘과 자기의 마음이다. 스스로 천하의 제일가는 재주꾼인 양 여기지만 털끝만 한 거짓도 백성들은 모르는 것이 없다. 자기의 죄를 알려면 모름지기 백성들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하였다.

결국은 보수 후보 난립으로 유권자의 무관심을 불러와 이른바 진보 후보가 당선되게 하고 정작 본인들은 선거비용도 제대로 보전 받지 못하는 참담한 상황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교육감 선거는 막을 내렸다. 그러나 단일화에 불복한 후보, 단일화의 열망을 저버린 후보를 많은 도민들은 영원히 기억할 것이다.

이제 교육지형은 한바탕 요동을 칠 것이 분명하다. 진보교육감 역점사업인 평등교육 위주의 혁신학교도 탄력을 받게 되었다. 진보교육감들이 연대해 현 정부 교육정책에 사사건건 제동을 걸 가능성도 크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벤저민 프랭클린의 말이다. 이타주의와 자기희생을 요구한 이 말을 4년 후의 보수 후보들은 반드시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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