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와 보수, 그 심리적 기제
진보와 보수, 그 심리적 기제
  • 양철기 <충북학생외국어교육원 연구사·박사·교육심
  • 승인 2014.06.09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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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으로 보는 세상만사

양철기 <충북학생외국어교육원 연구사·박사·교육심리>

인간의 부적응 행동은 상당부분 개인의 비합리적인 신념에 기인한다고 주장한 심리학자 엘리스(H. Ellis)는 합리-정서치료법(RET)을 개발했다. 그는 인간의 부적응행동은 자신, 타인, 그리고 세상에 대한 절대적인 사고(思考), 비합리적이고 융통성 없는 신념에 기인한다고 보았다. 또한 인간은 이러한 비합리적 사고·신념을 창출해 내고 계속 견지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고 보고 있다.

엘리스가 제시한 비합리적인 신념에는 ‘나는 내가 알고 있는 모든 사람들로부터 반드시 인정받고 사랑받아야 한다’, ‘나는 모든 측면에서 철저하게 능력이 있고 적절하고 성취적이어야 한다’, ‘세상의 모든 일들이 원하는 대로 되지 않으면 무서운 파멸이다’ 등등이 있다.

엘리스는 비합리적인 신념이 강한 내담자를 위한 치료법으로 융통성(모든, 반드시, 항상이라는 말 사용하지 않기), 현실성(모든 이에게 사랑받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현실에서 가능한 신념인가를 생각할 것), 기능적 유용성(자신이 가진 신념이 내 자신을 위한 것인가를 생각)을 활용했다.

절대적 가치와 신념·사고는 무서운 힘을 가지고 있다. ‘절대적’이라는 말은 모든 것을 희생해서라도 꼭 지켜야 한다는 뜻으로 타협의 여지가 없다. 따라서 이런 사람들은 놀랄만한 업적을 남길 개연성이 높다. 타협의 여지없이 오로지 한 방향으로 온 정성과 시간과 에너지를 쏟는다면 이루지 못할 일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개인의 심리적 안녕과 정신건강을 위해서는 절대적이라는 것이 꼭 좋은 것은 아니다. 때로 절대적 가치와 신념에 의해 인도되는 삶은 당사자를 힘들게 할 뿐 아니라 주변사람까지 힘들게 하고 그들에게 해를 입히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자신에게 엄격한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도 엄격해 자신에게 적용하는 잣대를 타인에게도 그대로 들이댄다. 그리하여 은연중에 자신의 가치와 생활방식을 다른 사람에게 강요하고 자신과 다르게 행동하는 사람들을 깔보거나 비난하는 경향이 있다.

절대적 가치를 추구하며 살려고 노력하는 삶이 특히 권력과 힘을 가진 사람의 것이라면 그 상황은 심각할 수 있다. 그러한 사람들의 짜증과 분노는 언제 어디서 주위에 있는 사람들에게 향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엘리스는 개인의 정신건강을 위해 주관의 유연성을 주문한다. 주관을 유연하게 한다는 것은 첫째 자신의 가치, 신념, 사고가 틀릴 수 있거나 적절하지 않을 수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며, 상황에 어울리는 더 좋은 대안이 있을 때 이를 기꺼이 받아들이려는 마음 즉, 유연한 마음을 갖는 것이다. 둘째, 다른 사람의 가치, 신념, 사고방식을 그 나름대로 인정하고 존중한다. 다름을 다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나에게 절대적인 것은 다른 사람에게도 절대적이어야 한다는 강압적 태도는 관계를 망치는 지름길이다.

진보냐, 보수냐로 나뉜 교육감 선거가 끝났다. 그리고 앞으로 어느 정도의 갈등도 예견된다. 다만 개인의 심리적 안녕을 연구하고 가르치는 필자의 입장에서는 심리적으로 건강한 진보와 보수가 충북교육계에 필요하다.

‘절대적’을 외치는 비정상 진보와 보수는 그들 개인 뿐 아니라 그 주변인들에게도 행복을 가져다주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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