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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10.03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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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미안해…
최 명 자 <도공 증평영업소>

나이는 거꾸로 먹는지 늘어가는 나이와 철없는 건 반비례 하나보다.

보고 싶고 그리운 엄마인데도 막상 마주치면 괜시리 짜증내고 투정 부리기 일쑤다. 변변한 용돈도 못 내밀면서 엄마가 여름 내내 그 무더운 뙤약볕에 쭈그리고 앉아 아픈 허리를 고추 세우며 힘들게 가꾸었을 깨, 고추, 콩 등을 하나라도 못 가져와 안달이다.

무릎 관절이 아프다 하시며 진통제나 삼키시는 엄마에게, 쥐꼬리만한 용돈 쥐어주며 지지리 궁상 떨지 말고 병원에 다녀오시라며 면박을 주기도 했다.

어제는 증평종합사회복지관과 합동으로 관내 소년소녀가장과 독거노인께 사랑의 송편을 만들어 나눠주기 위해 아침 일찍 집을 나섰다.

맛있는 송편을 만들기 위해 각계각층의 송편전문가()들이 모였는데, 서로의 송편 솜씨를 뽐내며 웃음꽃을 피우니, 송편이 오늘 안에 만들 수 있을지 걱정이었다.

눈물 그렁해진 얼굴로 거친 손길이지만 따뜻한 손으로 우리의 손을 어루만지며 고마워하시는 할머니, 할아버지의 손에 들려드린건 송편이 아니라 情이고 사랑이었다.

돌아오는 길에 힘들고 쑤시는 몸을 주무르며 시골에 계신 엄마 생각을 해보았다. 직장 다닌다는 핑계로 해마다 김치와 고추장, 된장을 당연하듯이 받아만 먹었던게 너무 죄송하고 미안할 따름이다.

무더운 여름날 뙤약볕에 얼굴 그을려가며 아픈허리 제대로 못 펴고 자식들 먹일 요량으로 힘든 줄 모르고 일했을 엄마….

엊그제 저녁무렵에 걸려온 전화에서도 고추며, 배추, 호박 등을 가져가라는 말에 청국장도 띄워달라고 했던 나쁜 딸.

"엄마, 미안해… 생선머리만 먹게 해서 미안해… 엄마가 해주는 밥이 맛있다며 누워만 있어서 미안해… 사랑한다고, 고맙다고 말 못해서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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