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 밑에 봉숭아를 심은 뜻은(1)
울 밑에 봉숭아를 심은 뜻은(1)
  • 김영미 <청원군 문화관광 해설사·수필가>
  • 승인 2014.06.08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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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해설사에게 듣는 역사이야기
김영미 <청원군 문화관광 해설사·수필가>

우리가 추구하고 있는 웰빙에 가장 가까운 집, 한옥이다. 초가집은 나무와 돌, 그리고 볏짚과 황토 흙으로 지어져 자연에서 모든 재료를 얻을 수 있다. 사람이 살다가 무너져도 그대로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는 그야말로 공해가 없는 그런 집이다. 그러나 불이 나면 불에 타기 쉽고 물이 닿으면 썩기 쉬운, 건축자재로는 썩 좋은 재료라고 할 수 없는 그런 재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선조들은 이런 재료를 가지고 온돌과 마루라는 감동적인 공간을 짓고 온 가족이 한 집에서 옹기종기 모여 살았다.

황토 흙으로 지은 집이 우리 몸에 좋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왜 좋은가를 물어보면 명쾌하게 답변하는 사람은 드물다. 황토 흙에는 우리 몸에 이로운 미생물이 많이 들어 있다. 그래서 그 미생물이 나쁜 냄새제거는 물론이고 곰팡이 번식을 억제시켜주는 작용을 하기도 한다. 그러니까 제독력이라든가 해독력이 뛰어나다는 이야기다. 황토 흙으로 지은 집이 결정적으로 우리 몸에 좋은 이유는 불을 때면 땔수록, 열을 가하면 가할수록 우리 몸에 이로운 원적외선이라는 것이 뿜어져 나오기 때문이다. 또 한편으론 자연 가습기의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여름에 장마철이면 습기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황토 흙으로 집을 짓게 되면 오히려 습기를 빨아들이고 또 겨울에 날씨가 추워서 불을 많이 때게 되면 집안이 건조해진다. 이럴 땐 오히려 습기를 내뿜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래서 황토 흙으로 지은 집이 우리 몸에 좋은 이유가 바로 이런 점에 있다.

그리고 장독대 주위에는 감나무나 석류 등 벌레가 끼지 않는 나무를 심고 봉숭아나 맨드라미, 접시꽃 같은 붉은 꽃도 많이 심었다. 봉숭아는 담장 밖에서 침입해오는 악귀를 막아주고, 장독대의 장맛은 맨드라미가 지켜준다는 벽사의 의미가 담겨 있다. 봉숭아로는 손톱에 빨간 물을 들이기도 했지만 울 밑에 봉숭아를 많이 심었던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뱀은 봉숭아를 싫어한다고 한다. 그래서 살충제나 농약이 없던 그때, 뱀이나 독충들이 집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었다.

맨드라미를 장독대에 심는 의미는 세 가지가 있다. 첫째,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주는 무언의 교훈이다. 맨드라미는 장닭의 벼슬을 상징하며, 장닭은 때를 잘 맞춰 울어야 제 구실을 다하는 것이라 믿었다. 장닭이 때를 잘 맞춰 울 듯 장독 관리도 때를 맞춰 관리하지 않으면 장맛이 변하기 때문에 정성을 들여 열고 닫으며 관리하라는 의미이다. 둘째, 악귀는 붉은색을 싫어한다. 붉은색의 맨드라미를 장독대 낮은 울 밑에 심는 것도 장독에 악귀가 침범하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셋째는 고추가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이 임진왜란 전후라고 한다. 고추가 들어오기 전에는 백김치나 깍두기의 붉은색을 내기 위해 맨드라미 꽃대를 꺾어 넣었다. 맨드라미꽃으로 술을 담기도 하고, 꽃잎을 말려 가루(粉)를 내어 화전, 색떡, 다식 등의 천연색소로 활용하기도 하고 시각적인 재료로도 활용했던 선조들의 지혜가 돋보이지 않는가. 또 잎으로 쌈을 싸 먹으면 이질, 설사 예방과 치료에도 효과가 있다고 한다.

<식생활 문화 연구가 김영복 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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