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지방선거 야당 압승이 의미하는 것
6·4 지방선거 야당 압승이 의미하는 것
  • 충청타임즈
  • 승인 2014.06.05 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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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論

6·4지방선거는 결국 야당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특히 충청의 경우 충북지사와 충남지사 대전시장 세종시장 등 광역자치단체장과 통합청주시장 등을 새정치민주연합이 석권함으로써 전국에서도 대표적인 야당 압승을 기록하게 됐다.

지방선거임에도 불구하고 세월호 참사를 기화로 현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로 치러지는 바람에 여야가 그야말로 사활을 건 승부를 벌였고, 때문에 선거 이후의 정국은 지금으로선 쉽게 예측할 수 없다. 다만, 야당의 승리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고민해 본다면 이번 지방선거가 국가와 국민에게 내던진 메시지는 어느정도 가늠해 볼 수 있겠다.

우선 여당의 박근혜 마케팅은 실패한 것으로 봐야 한다. 선거전이 막판으로 접어들고 경합지역이 늘어나면서 판세 자체가 혼전 양상으로 치닫자 여당은 일제히 박 대통령을 전면에 내세워 일종의 읍소작전을 벌였지만 그 성과는 미미했다. 오히려 반감을 산 측면이 강하다.

정작 국민들이 바란 것은 국가운영 체계에 대한 일대 변화와 혁신이었지 곤경에 처한 통치력에 대한 동정이 아니었다. 국민들은 가라앉는 세월호 안에서 살려달라 몸부림치는 어린 학생들을 몇시간이나 그저 허망하게 바라볼 수 밖에 없었던 이 나라의 정체성을 향한 참회를 원했지 “도와 주세요”를 외치며 같잖은 감성을 자극하는 임기응변의 국가지도력을 바란 게 아니다.

나라의 근본적인 변화, 즉 국가개조는 세월호의 인명구조에 나선 해경에까지 의전부터 챙기라고 윽박지르는가 하면, 받아쓰기만 하더니 결국 큰 사고가 터지자 아무짝에도 소용없는 각료들을 끼고 도는 현재의 국가 시스템으로는 어림 택도 없다는 것을 이번 지방선거 결과는 묵시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또 한가지 주목할 것은 이번 6.4지방선거는 네거티브에 대해 분명한 응징을 내렸다는 점이다. 서울 시장에 출마한 정몽준으로 대표되는 네거티브는 전국 어디랄 것도 없이 막판 선거판을 지배했지만 역시 소리만 요란했지 고스란히 쓰레기통으로 버려지게 됐다. 충북도지사와 청주시장 선거에서도 전례없는 네거티브가 구사됐으나 되레 역풍을 맞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유권자들의 정치의식과 인식의 수준을 망각한 채 저질러진 이같은 구태 선거문화는 다름아닌 지난 반세기 동안 국민들의 고혈을 짜내 호의호식한 기득권자들의 마지막 발악이었다고 봐야 한다. 그들의 가면을 이번에 유권자들이 적나라하게 벗겨 내게 됐고 바로 이것이 앞으로 비정상의 나라를 정상으로 되돌려 놓는 특단의 단초가 될 것이다.

교육감 선거에서 진보후보들이 전국을 싹쓸이하다시피 당선된 것도 6·4지방선거의 한 획을 긋는 특징이 아닐 수 없다. 결과만 놓고 보면 국민들은 우리나라 교육에도 일대 혁신이 필요함을 웅변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다른 건 다 차치하더라도 그동안 교육을 지배해 온 ‘경쟁과 입시’라는 프레임은 어쩔 수 없이 큰 변화에 직면하게 됐다.

그 변화의 지향점이 인간교육에 대한 강화가 됐건 혹은 그 이상의 혁신이 됐건, 세월호 참사가 국민들에게 깨우치는 또 한가지는 다름아닌 기초 교육의 정상화와 그 중요성이다. 나라의 기강과 시스템이 끝간데없이 흔들리고 이에 편승해 사회적 불신과 냉소, 이기주의가 넘쳐나는 근본적 이유를 교육에서부터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그 어느때보다도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적어도 인문학이 천대받고 역사과목이 사라지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교육관은 이제 땅속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선거가 끝나고 나면 언론 등에 으레 나타나는 것이 이른바 봉합논리다. 이젠 모든 걸 털어버리면서 화합하고 묻어버리고 잊자고들 한다.

하지만 6·4 지방선거는 이런 식으로 마무리되어선 결코 안 된다. 아니 더욱 되새기고 음미하며 그 결과에 대해 하나라도 더 의미를 끄집어 내 곧추세울 필요가 있다. 국가를 바로 잡아야 할 역사적인 초석으로 길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안 그러면 대한민국 호(號)는 또 언제 맹골수도에 침몰할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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