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심이라고 믿었던 게 어느날
중심이라고 믿었던 게 어느날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4.06.04 21: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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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는 세상

문태준

못자리 무논에 산그림자를 데리고 들어가는 물처럼
한 사람이 그리운 날 있으니
게눈처럼, 봄나무에 새순이 올라오는 것 같은 오후
자목련을 넋 놓고 바라본다
우리가 믿었던 중심은 사실 중심이 아니었을지도
저 수많은 작고 여린 순들이 봄나무에게 중심이듯
환약처럼 뭉친 것만이 중심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그리움이 누구 하나를 그리워하는 그리움이 아닌지 모른다
물빛처럼 평등한 옛날 얼굴들이 꽃나무를 보는 오후에
나를 눈물나게 하는지도 모른다

그믐밤 흙길을 혼자 걸어갈 때 어둠의 중심은 모두 평등하듯
어느 하나의 물이 산그림자를 무논으로 끌고 들어갈수 없듯이

 ※ 물 댄 논 안으로 세상이 들어와 바닥으로 눕습니다. 보이는 것들이 보이지 않던 공간에 박혀 새로운 세상을 투영합니다. 보이는 것에만 매달려 뜀박질해온 시선이, 믿었던 중심이 물 이랑에 흔들립니다. 꽃잎처럼 내려앉는 중심. 당신의 중심은 어디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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