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지 책 속에 오묘한 이치 있으니(10)- 행복은 생각하기 나름
직지 책 속에 오묘한 이치 있으니(10)- 행복은 생각하기 나름
  • 박숙희 <청주시문화관광해설사·아동문학가>
  • 승인 2014.06.01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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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해설사에게 듣는 역사이야기
박숙희 <청주시문화관광해설사·아동문학가>

직지 책 속에 오묘한 이치 있으니 열 번째 이야기는 ‘직지’하권 15장에 나오는 처진선사(處眞禪師)의 말이다. 전문적인 이해를 돕기 위해 부산 화엄사 주지 각성 스님의 ‘직지’번역 및 강해(1998년) 등을 참조했음을 밝힌다.

처진선사가 대중에게 게송으로 말하였다.

한 조각이 청정해서 빛이 찬란하니 / 찾아서 구하려고 하매 마침내 보기 어렵다. / 밝게 던짐에 사람의 감정이 툭 터지니 / 큰 일이 분명해서 모두 다 마련했네. / 쾌활하여 얽매임이 없으니 / 만 냥 황금으로도 바꿀 수가 없네. / 저 천성(千聖)이 세상에 나타난다 해도 / 모두 저 그림자에서 나타난 것이네.

한 조각이 청정해서 빛이 찬란한 그 자리는 하늘을 덮고 땅을 덮은 자리이다. 그 자리는 해와 달보다도 더 밝은 자리다. 그렇기에 그 자리를 말하려고 하거나 찾아서 구하려고 한다면 오히려 보기가 어려울 수 있다.

분명하게 밝게 던지면 시비곡직(是非曲直)이 드러나고, 사사로운 분별심이 멈춘다. 마음을 깨닫는 것이 대사이다. 큰 일이 분명해서 그 속에 하나도 부족함이 없이 그대로 완전구족하고 완전하게 마무리가 되는 것이다. 처진 선사의 게송은 바로 이런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 것이리라. 즉 대사가 분명함은 시종(始終)이 명쾌한 것이다.

계반(繫絆)이란 얽매이고 얽히는 것이다. 계반이 없다는 것은 속박이 없음이다. 이른바 자유와 해탈이다. 그리고 이것은 만 냥 황금으로도 바꿀 수가 없는 가치마저 지닌다. 그래서 천명의 성인이 나온다고 해서 그것은 그림자나 영상에서 나타난 것처럼 별 볼일마저 없음이다.

직지의 뜻이 ‘직지인심견성성불(直指人心見性成佛)’에서 온 말처럼 참선하여 사람의 마음을 바르게 본다는 것은 자유해탈, 곧 그 마음의 본성이 곧 부처의 마음임을 깨닫게 된다는 것이다.

요즘 텔레비전에서 ‘정도전’이라는 사극이 방영중이다. 고려 말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 드라마는 주인공 정도전 만큼 중요한 인물 정몽주가 등장한다. 매우 혼란스러운 시대를 살은 그는 황해도 개성의 선죽교에서 이방원에게 죽임을 당했다.

경기도 용인시 모현면에 자리한 정몽주의 묘소 입구에는 그의 충절을 보여주는 ‘단심가(丹心歌)’가 적힌 비석이 있다.

‘이 몸이 죽고 죽어 / 일백 번 고쳐 죽어 / 백골이 진토 되어 / 넋이라도 있고 없고 / 임 향한 일편단심이야 가실 줄이 있으랴.’그리고 그 옆에는 정몽주의 어머니가 지었다는 ‘백로가(白鷺歌)’가 적힌 시비가 나란히 서 있다.

‘까마귀 싸우는 골에 / 백로야 가지 마라 / 성난 까마귀 / 흰빛을 새오나니 / 청강에 고이 씻은 몸을 / 더럽힐까 하노라’하는 내용처럼 한 조각이 청정해서 빛이 찬란한 그 자리는, 말하려고 하거나 찾아서 구하려고 한다면 오히려 쉽지가 않다.

이렇듯 뜻이 같다고 하더라도 목표가 서로 다르면 그 결과는 물론 미래에 끼칠 영향에 대해서 더더욱 신중히 사고해 볼 일이 아니던가?

그리고 이 행복의 재단은 어디까지나 민초에 있음을 고려할 때 정도전의 선택 역시 존중되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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