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렌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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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변정순 <수필가>
  • 승인 2014.06.01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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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가는대로 붓 가는대로
변정순 <수필가>

가끔 집 가까이에 있는 원남저수지 둘레 길을 걷는다. 저수지를 끼고 한 바뀌 돌 면 걷기 운동으로는 그만이다. 언제부터인지 이곳은 텐트촌이 되었다. 계곡물이 아닌 저수지 옆인데도 많은 사람들이 차량을 옆에 대고 텐트를 치고 즐기는 모습이 재미있어 보인다.

캠핑장 사용료도 무료이고 분리수거 대와 개수대 관리가 잘되어 있어 음식재료를 준비하여 가지고 와서 맛있게 해 먹을 수도 있다. 운동을 할 수 있는 공간도 있으니 가족캠핑 하는데 인기가 아주 좋다. 낚시대를 드리워놓고 걱정 근심 없이 앉아 있는 모습들이 지상낙원이 따로 없는 듯하다. 애들과 소꿉장난, 달리기, 족구, 가족이 풋살 축구를 한다. 눈에 띄는 것은 아빠들이 아이들과 놀아주는 모습이 제일로 정겹다.

그냥 놀아주는 아빠, 친구 같은 아빠 프렌디들이 많은 원남 테마 공원캠핑장, 사실은 이런 모습을 보려는 것이 이곳을 찾는 이유 중 하나다. 직장과 사업으로 바쁘게 살면서도 요즘 아빠들은 자녀들에게 무언가를 해주려고 애를 쓴다.

“엄마랑 아빠 중에 누가 더 좋아?” 어린 아들들에게 내가 자주 묻는 내용이었다. “음 엄마가 더 좋아” 열 번을 물어봐도 이렇게 대답 하는 아이들, 애들에게 “엄마가 더 좋다”는 말을 듣는 것은 당연했다. 그도 그럴 것이 아이들과 잘 놀아 줄때만 물어보니 이런 대답을 듣는 것은 한편으론 좋으면서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직장과 사회 일, 취미 같은 것을 프로처럼 해내야만 하는 아빠는 아이들과 놀아줄 시간이 모자라기도 했지만 가부장적인 편에 속하는 사람이어서 어린 애들에게는 좋은 점수를 얻지 못한 것 같다. 그때의 애들은 자기들과 잘 놀아주는 아빠를 원했을 텐데 많이 속상했으리라. 

요즘 아이들은 저녁을 제대로 먹고 학원가는 아이가 많지 않다. 인스턴트식품이나 떡볶이 라면으로 대충 때우고 학원이나 과외를 가는데 끝나는 시간은 주로 열시나 열한시다. 자녀에게 욕심이 많은 부모는(아니 열정이 많다고 해야 하나) 집에서 조금이라도 노는 꼴을 못 본다. 아이의 대한 만족감을 공부 잘 하는 것으로 지표를 삼아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으면 우리아이만 뒤처지는 것 같은 불안함에 학원으로 과외로 보낸다.

아버지가 직장일로 힘든 만큼 아이들도 학교에서 학원에서 참 많이 힘들다. 아무리 고액과외를 최고의 선생님에게 시켜도 애들은 자기에게 의미 있는 것만 받아들인다. 아무 것도 모르는것 같아도 애들은 순수한 마음으로 모든 것을 바라보고 있다. 누워서 뒹굴뒹굴 천장을 보는 그 시간도 아이들에게 의미 있는 시간이고 사고력이 자라는 때이다. “잘 하라”고 다그치지만 말고 좀 이해하고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잘 놀아주는 어른이 많으면 아이들이 얼마나 행복 할까. 그것도 기분에 따라서가 아니고 일관성 있게 놀아주는 어른이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아이들에게 무얼 해줄까를 고민하지 말고 그냥 아이들의 말에 귀 기울이고 가끔 아이가 되어 그저 덩치 큰 친구라고 생각 할 수 있게 말이다.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 놀 수 있는 이곳, 많은 프렌디가 와서 즐기는 이곳이 좋다. 그것도 참 좋지만 이곳에서 공중도덕을 잘 지키는 것도 진정한 프렌디겠지? 아이들은 어른의 그림자니까.

초여름, 푸르고 잔잔한 원남 테마공원풍경에 마음을 빼앗기며 걸을 때, 저기 앞에 어린아이와 아빠가 “준비 땡!”을 외치며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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