콰이어트(Quiet)
콰이어트(Quiet)
  • 이헌경 <음성대소초 사서교사>
  • 승인 2014.05.29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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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권하는 행복한 책읽기
이헌경 <음성대소초 사서교사>

도서 ‘Quiet’(수전케인 지음·김우열 옮김·RHK·2012)는 다분히 나의 꼬맹이를 조금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 고른 책이었다. 이제 16개월인데 무슨 걱정이냐는 말을 뒤로 한 채 내 아이에 대해 자세히 이해하고 부모로서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엄마, 아빠 앞에서는 한없이 밝은 장난꾸러기이지만 또래들과 어울리는 상황에서는 엄마 무릎에서 떨어지지 않고 누군가 다가오는 것을 불편해하는 아들의 모습을 보며 걱정과 불안이 쌓여갔다. 왜 무엇이 문제이며 부모로서 아들을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 구체적인 답이 필요했다. 답답한 마음에 잠든 아가를 뒤로한 채 노란 형광등 불빛 아래 두 부부는 오늘도 이야기를 나눠 보지만 알 수가 없었다. 늘 그랬던 것처럼 아들을 믿고 조금 더 기다려주자. 대신 다양한 경험과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도록 지금처럼 적극적으로 움직이되 아이가 불편해하는 상황에서는 등 떠미는 부모가 되지 말자. 혼자 스스로 걸어나갈 수 있도록 기다려주자. 다짐을 되새기고 서로를 토닥였다.

그러다 뒤늦게 만난 수전케인이 나에게 질문을 던졌다.

“꼭 아이가 또래들과 적극적으로 어울려야만 정상인가요?”

이제야 알았다. 나는 외향적인 사람이 이 사회에 어울리는 사람이라는 착각에 빠져 있었던 것이다. 내 멋대로 외향적이지 못한 아들의 성격을 걱정하며 부질없는 시간을 보낸 것이다. 아들의 모습 그대로를 사랑하고 존중해야 한다는 근본적인 진리를 책을 통해 되새겨 본다.

수전케인 역시 내향적인 사람이다. 가족 모두 서로의 체온을 느끼며 책을 읽는 것을 즐기는 집안에서 성장했다. 하지만, 조용하고 내향적인 성격이 왠지 잘못된 것만 같아서 더 외향적으로 변해야 한다는 강박감을 느꼈고, 그녀는 늘 꿈꿔왔던 작가가 아니라 증권가의 변호사가 되었다. 대담하고 적극적인 사람이라고 스스로 입증하려는 마음에서 말이다. 자신의 본성을 부정한 채 힘든 시간을 보낸 뒤, 그녀는 ‘콰이어트’를 출판하기 위해 준비한 7년간의 행복한 시간을 맞이했다. 내향적인 본성에 충실한 읽고 쓰고 생각하고 자료 조사만으로 채워진 시간이었기에 말이다.

내향성은 사회적 판단을 두려워하는 수줍은 성격과는 다르다. 사회적 자극을 포함한 모든 자극에 반응하는 태도의 문제이며, 외향적인 사람은 엄청난 자극을 받고 싶어 하고 내향적인 사람들은 조용하고 차분한 환경에서 가장 생기발랄해지고 능력을 발휘하게 된다. 따라서 재능을 최대한 발휘하기 위해서는 각자에게 알맞은 자극을 주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현재 대부분의 학교와 사회에서 외향적인 사람을 바람직한 사람으로 평가하고 있다. 프로젝트 학습, 토론 학습, 집단 과제 등 대두 되는 학습 방법 역시 외향성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녀는 반박했다. 다윈, 간디, 고흐, 닥터 수스, 스티브 워즈니악 등 세계를 이끌어가는 사람 중에는 내향적인 사람들이 많다고 말이다. 그들은 모두 고독을 즐겼으며 고독에 내재한 초월적인 힘이 현재에 와서 망각되고 있다고 말이다.

그녀는 믿고 있다. 내성적이고 조용한 사람에 대한 지금 우리의 시각은 조만간 완전히 바뀔 거라고 말이다. 책 뒷표지를 장식한 하지현 교수의 추천사가 머릿속에 맴돈다. ‘존재에 대한 확신이 흔들리는 순간 우리는 불행을 경험한다. 내향성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받아들일 줄 안다면 행복에 가까워질 수 있으리라.’

회사 동료는 외향적으로 평가하지만, 다분히 내향적인 엄마, 아빠의 아들로 태어난 내향적인 작은 꼬맹이. 그 꼬맹이가 가진 조용한 힘을 오늘도 믿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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