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굴 천장에 매달린 종유석처럼
동굴 천장에 매달린 종유석처럼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4.05.21 20: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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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는 세상

고재종

돌이킨다는 말을 마음에서 지우는 사람이 있다
한때는 한세상 돌이킬 수 있다고 믿은 사람이다
춥고 눅눅한 삶을 벗는 일은 이제
천년 그 누천년 전부터 시간 밖의 일이던가
낸들 어쩌나, 라고 말하는 그는 그 자신이니
동굴 천장에 매달린 종유석처럼 우는 것도 그다
천년 그 누천년을 거풍(擧風)하는 꿈은 이제 없이
오늘도 그는 자기 속에서 자기만을 낳는 것이다
밖에는 제비 날고 배꽃 환하게 필지라도
동굴 천장에 매달린 종유석처럼 울며
춥고 눅눅한 우울의 곰팡이나 피우는 것이다

 


※ 요즘 많이 듣고 하는 말이 ‘희망이 없다’입니다. 열심히 일해도, 착하게 살아도, 묵묵히 견뎌도 나은 내일이 보이지 않습니다. 기대했던 희망보다 더 깊은 절망이 종유석처럼 쑥쑥 자라나 마음을 어둡고 눅눅하게 옭아맵니다. 그러나 말입니다. 희망이 없다고 꿈마저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가 서 있는 이 자리엔 미래의 우리가 뿌리내리고 살아야 할 곳이기 때문입니다. 서릿발 같은 물음으로 뼈를 깎아야 합니다. 절망은 가장 쉬운 대가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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